(사진=SBS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그에 따르는 고민도 문제도 더 많아진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과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대표적인 예다. 두 방송은 최근 ‘문제’들을 겪으며 하루 종일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모두 인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른 모양새다.
‘SKY 캐슬’은 본방송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17, 18회 전체 대본이 유출되는 사태를 겪었다. 해당 사실이 밝혀진 시기는 최종회 탈고가 끝난 상황이었기에 이번 사고는 더욱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에 드라마 측은 대본 유포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서도 “대본관리와 보안을 책임지는 제작진으로서 시청자들께 죄송하다”고 문제의 배경을 자신들의 과실로도 돌렸다. 상황이야 어쨌든 방송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은 결국 프로그램의 책임으로 여겼다.
‘SKY 캐슬’의 대본 유출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작진이 아무리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대본을 꽁꽁 싸맨다 해도 듣는 귀와 보는 눈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SKY 캐슬’ 측은 “강력히 법적 책임을 물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또 유포가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사진=JTBC 제공)
그러나 ‘골목식당’이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안에 유감을 표하고 책임을 통감한 ‘SKY 캐슬’과 비교된다.
‘골목식당’은 점점 치솟는 인기 탓에 몸살을 앓아왔다. “백종원이 인성까지 교육해줘야 하냐”는 원성부터 섭외의 공정성, 방송 후 불만을 느끼는 사장님, 심지어 억대 협찬금 논란까지. 현재는 방송 구성과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갈등을 모두 떠안고 있다. 이런 상황 속 ‘골목식당’은 시청자들에게 당부를 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방송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든 출연진이 비판을 받을 때 “사장님들은 일반인이니 지나친 말들은 삼가달라”고 했다. 심지어 방송 후 성과에 대한 사장님의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자 “무리한 취재요청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대응했다.
사실 ‘골목식당’은 일반인을 주체로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기에 논란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기 애매한 포맷이다. 바꿔 말하면 가게의 성공 여부, 누군가에 쏟아지는 비난, 공정성 논란 등 그 누구의 탓으로 돌려도 말이 될 수 있다. 더 내밀히 들여다 보면 결국 프로그램이 지적받고 있는 사항은 대부분 섭외와 편집, 진행과정 등에서 온다. 모두 제작진 소관인 요소다. 비난 받을 게 뻔한 사장님의 섭외도, 그런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낸 것도 모두 프로그램이 아닌가.
(사진=SBS 제공)
‘골목식당’ 제작진은 이런 점을 놓치고 있는 듯 보인다. 오히려 출연진을 방어막으로 삼고 있는 모양새다. 시청자를 향해 입장을 낼 뿐 본인들을 되돌아보는 모습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 시청자들이 정도를 넘어선 욕을 먹고, 백종원이 신격화되는 상황의 최초에 혹시 잘못된 편집, 자막, 캐릭터화 등이 있지 않을까 곱씹어봤다면 어떤 해명을 해도 ‘핑계’라 지적받는 작금의 상황에 다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마저 퇴색된 모양새다.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자극적으로 내용을 풀어낸 이들의 책임은 정녕 없을까.
현 상태로 보자면 ‘골목식당’은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도가 ‘성장스토리로 담아낸 희망’일지라도 그 인기의 근간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분노’로 이뤄졌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이 가운데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제작진의 해명들은 “나에게는 잘 맞는데 손님들 입맛이 틀린 것”이라던 청파동 피자집 사장님과 다를 바가 없다.
‘SKY 캐슬’은 갑자기 터진 폭탄 앞에서 자신들의 책임을 먼저 말하고 사태해결을 약속했다. 걷잡을 수 없는 확산에 탓을 돌리는 대신 ‘유포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비해 ‘골목식당’은 논란에 대해 누구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할 뿐 제대로 된 해결과정은 내놓지 않고 있다. ‘골목식당’이 ‘SKY 캐슬’에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