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초록뱀미디어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문영남 작가가 2005년 ‘장밋빛 인생’ 이후 약 14년 만에 수목극으로 돌아왔다. 문영남이 쓴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씨(유준상)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사건사고 가득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으로 시작해 지난 6일 방송분으로 최고 시청률 11%를 찍으며 점차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영남 작가의 타이틀 치고는 아쉬운 성적이지만, 내용에는 여전히 문영남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가족애가 녹아있다. 문영남 작가가 그리는 가족극은 ‘막장’이라고 불리지만 늘 화제를 불러 모았다.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풍상씨가 홀로 가족을 꿋꿋이 보살피고 다른 형제들은 속 터지는 일들만 벌이는데, 이는 오히려 현실에 있을 법한 일들을 잘 풀어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풍상씨가 애틋한 희생정신과 짠한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며 막장으로 빠질 수 있는 길을 ‘감동’으로 대신한다. 이를 통해 문영남 작가가 그리는 가족 속 ‘맏이’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문영남 작가가 지금껏 그려온 가족 속 맏이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국민 드라마로 불렸던 작품 중 첫째의 모습을 살피며 가족의 의미를 어떻게 그려냈는지 되짚어 본다. (사진=KBS 화면 캡처) ■ ‘애정의 조건’ 모정 그린 강금파 2004년 첫 방송한 ‘애정의 조건’은 혼전동거를 소재로 다루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펼쳤다. 드라마는 혼전동거를 선택했으나 끝내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여자에게 어떤 주홍글씨가 쓰이는지 씁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아울러 불륜으로 인한 이혼가정을 내보이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강은파(한가인)가 드라마의 첫 번째 주제인 혼전동거의 주인공이었다면, 배우 채시라가 연기한 강금파는 이혼 가정의 중심에 서 있었다. 강금파는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하다. 변호사 남편을 뒀고 자식을 기르며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고 괴로워하는 것도 잠시, 자신 또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과 위험한 관계에 빠져든다. ‘왜그래 풍상씨’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지닌 맏이의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강금파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을 겪으며 눈물겨운 모정도 보여줬다. 이를 연기한 채시라는 가슴을 치며 아이를 못 보낸다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 (사진=KBS 화면 캡처) ■ 풍상씨와 닮은 ‘소문난 칠공주’ 나덕칠 문영남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대표작은 2006년 방송한 ‘소문난 칠공주’다. ‘소문난 칠공주’는 딸 부잣집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드라마 제목의 ‘칠’은 숫자 일곱이 아니라 네 자매의 돌림자다. 나덕칠(김혜선), 나설칠(이태란), 나미칠(최정원), 나종칠(신지수)가 그 주인공이다. ‘소문난 칠공주’ 속 자매의 모습은 ‘왜그래 풍상씨’의 풍상씨네와 가장 닮아 있다. 동생들은 말을 잘 듣거나, 정말 말 그대로 미치게 만들거나,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는 등 각기 다른 모습이다. 그 가운데 맏이 덕칠은 풍상씨처럼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살뜰히 돌보는 역할이다. 속 깊은 큰 언니이지만 똑 부러지지 못하는 성격 탓에 동생들에게 져주기도 하고 정 많은 모습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덕칠은 남편 친구와 외도를 해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이후 홀로서기를 하며 애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연기한 김혜선은 덕칠의 결핍과 따뜻한 모습을 동시에 그려내며 자신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진=KBS 화면 캡처) ■ ‘수상한 삼형제’ 김건강, 비록 못났지만 애잔한 그 이름 ‘수상한 삼형제’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세 형제의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김건강(안내상), 김현찰(오대규), 김이상(이준혁)이 삼형제다. 맏이 김건강은 ‘왜그래 풍상씨’ 속 풍상씨처럼 장남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성격은 완전히 반대다. 극 중 김건강은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랐으나 번번이 그 기대를 저버린다. 우유부단하며 성공의지도 약해서 되는 대로 그저 편하게 사는 게 좋고 고민 하는 것은 싫은 ‘못난 자식’이다. 그런가 하면 둘째와 셋째인 김현찰과 김이상은 오히려 첫째의 빈자리를 채우며 믿음직한 면모를 보인다. 이 또한 화상에 진상인 ‘왜그래 풍상씨’의 동생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런 김건강은 문영남 작가의 페르소나로 떠올랐던 안내상이 연기했다. 안내상은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을 거쳐 ‘수상한 삼형제’ 속 맏이로 거듭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어떤 배역이든 능청스러운 자신의 색깔로 소화해낸 안내상은 김건강마저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그가 그린 애잔한 형제애는 시청자들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바다.

[기억하니] ‘칠공주‘ to ‘왜그래 풍상씨‘…문영남 작가의 ‘맏이‘들

이소희 기자 승인 2019.02.08 00:38 | 최종 수정 2138.03.18 00:00 의견 0
(사진=초록뱀미디어 제공)
(사진=초록뱀미디어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문영남 작가가 2005년 ‘장밋빛 인생’ 이후 약 14년 만에 수목극으로 돌아왔다. 문영남이 쓴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씨(유준상)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사건사고 가득한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으로 시작해 지난 6일 방송분으로 최고 시청률 11%를 찍으며 점차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영남 작가의 타이틀 치고는 아쉬운 성적이지만, 내용에는 여전히 문영남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가족애가 녹아있다.

문영남 작가가 그리는 가족극은 ‘막장’이라고 불리지만 늘 화제를 불러 모았다.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풍상씨가 홀로 가족을 꿋꿋이 보살피고 다른 형제들은 속 터지는 일들만 벌이는데, 이는 오히려 현실에 있을 법한 일들을 잘 풀어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풍상씨가 애틋한 희생정신과 짠한 이야기를 그리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며 막장으로 빠질 수 있는 길을 ‘감동’으로 대신한다. 이를 통해 문영남 작가가 그리는 가족 속 ‘맏이’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문영남 작가가 지금껏 그려온 가족 속 맏이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국민 드라마로 불렸던 작품 중 첫째의 모습을 살피며 가족의 의미를 어떻게 그려냈는지 되짚어 본다.

(사진=KBS 제공)
(사진=KBS 화면 캡처)

■ ‘애정의 조건’ 모정 그린 강금파

2004년 첫 방송한 ‘애정의 조건’은 혼전동거를 소재로 다루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펼쳤다. 드라마는 혼전동거를 선택했으나 끝내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여자에게 어떤 주홍글씨가 쓰이는지 씁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아울러 불륜으로 인한 이혼가정을 내보이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강은파(한가인)가 드라마의 첫 번째 주제인 혼전동거의 주인공이었다면, 배우 채시라가 연기한 강금파는 이혼 가정의 중심에 서 있었다. 강금파는 겉으로 보기에는 번듯하다. 변호사 남편을 뒀고 자식을 기르며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고 괴로워하는 것도 잠시, 자신 또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과 위험한 관계에 빠져든다. ‘왜그래 풍상씨’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지닌 맏이의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강금파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을 겪으며 눈물겨운 모정도 보여줬다. 이를 연기한 채시라는 가슴을 치며 아이를 못 보낸다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

(사진=KBS 화면 캡처)
(사진=KBS 화면 캡처)

■ 풍상씨와 닮은 ‘소문난 칠공주’ 나덕칠

문영남 작가의 필모그래피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대표작은 2006년 방송한 ‘소문난 칠공주’다. ‘소문난 칠공주’는 딸 부잣집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드라마 제목의 ‘칠’은 숫자 일곱이 아니라 네 자매의 돌림자다. 나덕칠(김혜선), 나설칠(이태란), 나미칠(최정원), 나종칠(신지수)가 그 주인공이다.

‘소문난 칠공주’ 속 자매의 모습은 ‘왜그래 풍상씨’의 풍상씨네와 가장 닮아 있다. 동생들은 말을 잘 듣거나, 정말 말 그대로 미치게 만들거나,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는 등 각기 다른 모습이다. 그 가운데 맏이 덕칠은 풍상씨처럼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살뜰히 돌보는 역할이다. 속 깊은 큰 언니이지만 똑 부러지지 못하는 성격 탓에 동생들에게 져주기도 하고 정 많은 모습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덕칠은 남편 친구와 외도를 해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이후 홀로서기를 하며 애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연기한 김혜선은 덕칠의 결핍과 따뜻한 모습을 동시에 그려내며 자신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진=KBS 화면 캡처)
(사진=KBS 화면 캡처)

■ ‘수상한 삼형제’ 김건강, 비록 못났지만 애잔한 그 이름

‘수상한 삼형제’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세 형제의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김건강(안내상), 김현찰(오대규), 김이상(이준혁)이 삼형제다. 맏이 김건강은 ‘왜그래 풍상씨’ 속 풍상씨처럼 장남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성격은 완전히 반대다.

극 중 김건강은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랐으나 번번이 그 기대를 저버린다. 우유부단하며 성공의지도 약해서 되는 대로 그저 편하게 사는 게 좋고 고민 하는 것은 싫은 ‘못난 자식’이다. 그런가 하면 둘째와 셋째인 김현찰과 김이상은 오히려 첫째의 빈자리를 채우며 믿음직한 면모를 보인다. 이 또한 화상에 진상인 ‘왜그래 풍상씨’의 동생들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런 김건강은 문영남 작가의 페르소나로 떠올랐던 안내상이 연기했다. 안내상은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을 거쳐 ‘수상한 삼형제’ 속 맏이로 거듭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어떤 배역이든 능청스러운 자신의 색깔로 소화해낸 안내상은 김건강마저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 그가 그린 애잔한 형제애는 시청자들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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