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손예지 기자] '진심이 닿다' 유인나 이전에 김하늘과 전지현이 있었다.

유인나는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연출 박준화, 극본 이명숙 최보림)에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배우 오진심(극 중 예명 오윤서)을 맡아 열연 중이다.

유인나가 맡은 오진심은 극 중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입성한 인물이다. 미모와 몸매로 정상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설정이다. 이에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데뷔 후 줄곧 ‘발연기’라는 혹평을 달고 살았다. 그런 그가 스토커 때문에 불거진 마약 논란으로 이미지 추락 후, 재기를 위해 법정 드라마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게 ‘진심이 닿다’다. 극 중 유인나는 세상 물정은 모르지만 의욕만큼은 넘치는 순진한 스타 오진심을 사랑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진심이 닿다’ 속 오진심과 같은 스타 캐릭터는 안방극장 단골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지난해만 해도 JTBC ‘뷰티 인사이드’ tvN ‘톱스타 유백이’ MBN ‘설렘주의보’ 등이 유명 배우 설정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랑받았다. 이에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드라마 속 톱스타들을 돌아본다.

#KBS2 ‘함부로 애틋하게’(2016) 김우빈

‘함부로 애틋하게’는 인기 배우와 다큐멘터리 PD의 사랑을 그린 멜로 드라마다. 극 중 한류 최고 톱스타로 묘사되는 신준영은 모델 출신 배우 김우빈이 맡아 연기했다. 준영은 ‘까칠한 톱스타’의 정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대외적으로는 연기자와 가수를 넘나드는 엔터테이너이지만 실상은 까칠하고 건방지다. 그런가 하면 반전의 이력도 갖고 있다.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전 오직 어머니를 위해 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 1차까지 합격한 것이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이렇게 복잡한 사연을 가진 남자 준영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이에 따라 김우빈은 스타로서의 화려한 모습, 그 이면의 재수없는 모습은 물론, 불치병을 얻은 뒤 점점 무너져 가는 심경의 변화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호평을 들었다.

#KBS2 ‘프로듀사’(2015) 아이유

‘프로듀사’는 KBS예능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능드라마다. 이에 따라 배우 차태현과 공효진, 김수현이 예능국 베테랑 PD와 작가, 신입 PD를 각각 맡아 열연했다. 이런 가운데 가수 아이유가 극 중 아이돌 그룹 핑키포에서 가장 인기많은 멤버 신디를 연기했다. 23살 나이에 10년 차 경력을 자랑하는 신디 역시 도도한 인물로 그려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신의 안티카페에 직접 가입해 일일이 댓글을 확인하거나 체중 관리 중인 소속사 연습생들에게 “CCTV가 없는 곳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라”고 조언하는 등 귀여운 모습이 숨어 있어 시청자들에게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프로듀사’의 신디는 이를 연기하는 아이유와 닮은 듯 다른 캐릭터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신디와 아이유는 10대에 데뷔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음악 스타일은 전혀 달랐다. 아이유가 귀여운 댄스나 어쿠스틱 장르의 음악으로 인기를 끈 데 비해 ‘프로듀사’에서 신디는 도발적인 매력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가수였다. 이에 ‘프로듀사’를 통해 아이유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반응이다.

#SBS ‘별에서 온 그대’(2013~2014) 전지현

안방극장 최고의 톱스타 캐릭터가 아닐까. 최고 시청률 28.1%를 기록하며(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방영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별에서 온 그대’ 속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 얘기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는 국민배우이자 한류여신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생활에서의 송이는 허술함 그 자체다. 남다른 백치미로 오히려 잘난 척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한편 12년의 연예 경력으로 정신력만큼은 강한 캐릭터로,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 팬을 넘어 극 중 천송이의 팬을 자처하기도 했다.

천송이가 이렇게 사랑받은 데는 전지현의 공이 크다.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이 SBS ‘해피투게더’(1999) 이후 무려 14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선택한 드라마라 더욱 화제를 모은 것. 여기에 전지현은 현실에서도 최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스타인 터라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바로 직전 출연작인 영화 ‘베를린’ 속 련정희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새삼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게 됐다.

#MBC ‘최고의 사랑’(2011) 차승원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이 연기한 톱스타 독고진은 그의 인생 캐릭터로 꼽힌다. 독고진 역시 이중성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극 중 독고진은 섹시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스타이나, 영어를 못해 할리우드 진출에 실패하는 등 실제 모습은 허술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독고진이 극 중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공효진)을 좋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최고의 사랑’ 주된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독고진은 자신이 애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부터 겉으로는 툴툴대면서도 애정의 말 한 마디에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까지 ‘츤데레’ 매력을 발산했다.

차승원은 독고진의 안하무인 태도를 밉지 않게 소화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독특한 화법으로 독고진을 소화하며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띵~똥”이나 “극~뽁” “충~전” 등 독고진만의 말투로 표현된 대사가 ‘최고의 사랑’ 방영 내내 많은 패러디물을 양산했다. 특히 차승원은 ‘최고의 사랑’ 마지막 회에서도 “이런 드라마 만난 거 영관인 줄 알아”라는 대사로 끝까지 큰 웃음을 선사했다.

#SBS ‘시크릿 가든’(2010~2011) 윤상현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 ‘시크릿 가든’에도 톱스타가 등장한다. 윤상현이 연기한 오스카다. 타고난 금수저에 한류 스타이기까지 한, 그야말로 다 갖춘 남자이지만 실력은 인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극 중 오스카 스스로 “꾸준히 실력 줄어드는 와중에 중국 휩쓸고 대만·태국·일본까지 먹히기가 어디 쉽겠냐”고 자평할 정도다. 연애 관계에 있어서는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해 연예계 바람둥이로 통하는데 그 배경에는 첫사랑 윤슬(김사랑)이 있었다. 이에 ‘시크릿 가든’에서는 주인공 커플 김주원(현빈) 길라임(하지원) 외에도 오스카와 윤슬의 러브 스토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윤상현에게도 ‘시크릿 가든’의 오스카는 남다른 캐릭터다. ‘시크릿 가든’에 앞서 출연한 MBC ‘겨울새’(2007~2008) ‘크크섬의 비밀’(2009) ‘내조의 여왕’(2009)으로 주로 지질하거나 까칠한 캐릭터를 맡아 이미지 고착화가 우려될 무렵, 오스카를 통해 톱스타로 변신하면서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SBS ‘온에어’(2008) 김하늘

‘시크릿 가든’에 앞서 김은숙 작가가 대놓고 연예계를 배경으로 펼쳐낸 작품이 있다.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온에어’다. ‘온에어’는 방영 당시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받던 국내 드라마 업계를 비판하고자 만든 작품이다. 그 중심에 김하늘이 연기한 배우 오승아가 있다. 극 중 오승아는 드라마 제작사에 고액 출연료를 요구하면서도 연기 연습은 하지 않는 톱스타다. 선후배를 막론, 동료 연기자들을 무시하고 드라마 제작진과 주위 스태프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안하무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런 한편 연기자를 진심으로 아끼는 기획사 대표 장기준(이범수)을 7년간 짝사랑하는 순애보도 지녔다.

캐릭터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오승아는 까칠한 톱스타 캐릭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온에어’의 기획의도를 담은 듯한 촌철살인 대사로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극 중 연기대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자 “대상에 공동이 어딨냐. 이게 개근상이냐, 선행상이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오승아의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꼈다는 시청자가 많았다. 여기에는 특유의 똑부러진 발성과 발음으로 오승아를 해석한 김하늘의 연기력이 한 몫했다.
 

뷰어스 손예지 기자 yeyegee@nate.com 손예지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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