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싸이더스HQ)   [뷰어스=손예지 기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언갈 받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내어놓는 게 인지상정이다. 연예인이 대표적이다. 대중으로부터 쏟아지는 사랑에 감수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JTBC ‘스카이(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이후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다닌 건 처음”이라는 김보라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작품 하나를 끝내도) 인터뷰 일정이 조금이었거든요. 거의 매일, 많은 인터뷰를 소화한 건 (‘스카이캐슬’이) 처음입니다. 인터뷰를 다 끝내고 나면 힘이 들기도 하지만, 김주영(김서형) 선생님 말처럼 ‘감수해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요. 아침마다 ‘오늘 힘내자’고 만세 부르면서 일어나요” 이처럼 김보라에게 인기를 안겨준 작품 ‘스카이캐슬’에서 그는 고등학생 김혜나 역을 맡았다. 똑 부러지는 성격과 남다른 생활력 덕분에 아픈 홀어머니의 병수발과 공부를 동시에 소화하는 아이로, 김보라의 내공 탄탄한 연기력과 만나 극의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무엇인가에 흔들리지 않는 것, 상대와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 나와 닮았습니다. 반면 나는 혜나처럼 당돌하진 못 해요. 하지만 두 달 동안 혜나에 이입하며 지내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은 건 있어요. 원래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닌데 최근에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사람을 마주쳤거든요. 예전의 김보라였으면 그냥 지나갔을 거예요. 그런데 혜나처럼 또박또박 대꾸를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길거리에서 무엇 하시는 거냐’면서요(웃음)” 처음부터 혜나가 김보라로 내정됐던 건 아니다. 오디션에서 김보라는 혜나와 극 중 라이벌 강예서(김혜윤)의 대본을 동시에 받았다. 이에 대해 김보라는 “예서처럼 부잣집 딸 역할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었고, 짧은 대본에도 혜나가 뻔하지 않게 그려져서 혜나에 더 끌렸다”고 고백했다. “부족한 환경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한없이 울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이를 감추기 위해서 강하게 나가는 이가 혜나”라며 “연기하면서 속시원하기도 했고 재밌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그런 한편 김혜윤 역시 오디션 당시 예서는 물론, 혜나의 연기까지 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두 배우의 캐스팅이 반대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사진=JTBC)   “촬영하는 동안은 예서도 나도 각자 캐릭터에만 빠져서 그런 생각까진 안 해봤어요. 다만 혜윤이와 첫 촬영하는 날 예서 스타일링을 보고 ‘내가 저 옷이 어울렸을까?’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난 혜나 스타일이 좋았어요. 평소 입는 옷과 비슷했거든요. 그런데 팬들은 내가 예서 같은 역할도 해보기를 원하더라고요. 팬들과 나를 위해서라도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네요” ‘스카이캐슬’에서 혜나는 ‘짠한’ 캐릭터였다. 특히 14회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며 충격의 엔딩을 장식하기도. 김보라는 “처음부터 혜나가 죽게 된다는 건 알았다”면서도 “대신 어떻게, 누구에 의해 죽는지는 몰라 궁금했다. 막상 대본을 받고는 ‘이렇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혜나가 나중에 죽을 거란 걸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았다. 엄마(이연수)가 죽기 전과 캐슬에 입주하기 전후, 혜나에게 생기는 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혜나가 점점 독해지는 이유가 확실히 산 것 같다. 또 이로 인해 죽음 이후 혜나가 더욱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혜나가 가장 안쓰러웠던 순간이요? 한서진(염정아) 엄마와 크게 싸운 장면이요. 혜나가 입주 과외를 시작한 이유를 처음 고백하고 한서진에게 뺨을 맞죠. 그 상태로 차에 타서 ‘대신 밥은 같이 먹어요’라고 하는데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혜나를 보면 늘 혼자 다녀요. 캐슬에서도 예빈(이지원) 외에는 친구가 없던 아이인지라 혜나가 걷는 길은 다 쓸쓸했던 것 같아요” 물론 실제 김보라와 캐슬 키즈 배우들은 돈독하다. “내가 장난을 많이 치는데 그만큼 너무 잘 받아줬다”던 김보라는 ‘스카이캐슬’의 젊은 배우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언니, 누나라고 해서 다르게 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들과) 친구처럼 지냈다. 덕분에 연기가 편했다. 처음에는 긴장과 부담이 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혜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예빈 역의 이지원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사진=JTBC)   “함께하는 첫 촬영 당시 예빈이가 13살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놀랐어요. 너무 잘하는 거예요. PD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에게 ‘대체 누구냐’고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었을 정도예요. 같이 호흡을 맞출 때도 긴장하는 기색 없이 눈 똑바로 마주하고 자기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이후로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늘 감탄하고 배워야할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 지원이는 수줍은 면이 많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정말 예빈이로밖에 보이지 않았거든요. 가끔 내가 대사를 틀리면 입 모양으로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내 대사까지 외운 거예요. 빨리 지원이가 커서 더 많은, 다양한 작품으로 자기의 색을 뿜어내기를 바랍니다” 이지원이 ‘스카이캐슬’로 알게 된 새로운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된 인연도 많다. 극 중 조선생을 연기한 배우 이현진과 김보라는 12년 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에 함께 출연했던 바다. 그러나 ‘스카이캐슬’에서는 혜나와 조선생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터라 김보라와 이현진은 종방연에서야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보라는 “첫 촬영 때 뵙긴 했는데 ‘나를 기억할까’ 싶은 마음에 모른 척했다. 종방연 때 용기 내서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인사를 건넸더니 (이현진) 오빠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빠도 첫 촬영 당시 나를 기억했다고 한다. 다만 ‘김치 치즈 스마일’ 촬영 때는 내가 꼬맹이어서 편안하게 ‘보라야, 안녕’ 했는데 오랜만에 보니 숙녀가 되어 있었다며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고민했다고 했다”며 웃음 지었다.  “‘우주 아빠’ 최원영 선배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KBS2 ‘하늘벽에 오르다’(2014)에서 극 중 나의 코치 선생님으로 출연하셨거든요. 또 케이 역의 조미녀 언니와는 MBC ‘화려한 유혹’(2015~2016)을 함께했고요. ‘스카이캐슬’에서는 종방연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엄청 반가워서 포옹을 했죠” 이뿐만 아니다. 이수임 역의 이태란이 주연을 맡았던 KBS2 ‘소문난 칠공주’(2006)에도 출연했다던 김보라는 “그때 내가 워낙 어렸고 선배와 겹치는 장면도 별로 없었기에 기억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또 “오나라 선배와는 영화 ‘천국의 아이들’(2012)에 같이 출연했는데 어느 날 선배가 ‘혜나야, 너 나랑 같이 작품 했었더라’면서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런가 하면 ‘스카이캐슬’에서 혜나와 대립각을 세운 한서진 역의 염정아 역시 김보라와 인연이 남다르다. 2011년 방영한 MBC ‘로열 패밀리’에서 김보라가 염정아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것이다. 김보라는 “‘로열 패밀리’ 이후에도 숍이 같아서 오고 가며 종종 인사를 나눴다”며 “그래서인지 ‘스카이캐슬’ 현장에서도 선배가 멀리서부터 ‘보라야, 안녕’이라면서 반갑게 맞아줬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12살에 출연한 아침드라마 스태프를 ‘스카이캐슬’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첫 촬영 날 ‘보라야 잘 지냈어?’라며 인사를 해주는데 눈물이 날 뻔했어요. 15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현장이었죠” (사진=싸이더스HQ)   올해 나이 스물 다섯, 인생의 절반을 연기자로 살아온 덕분에 겪게 된 특별한 경험들이다. 김보라는 “나는 어렸을 때 만난 얼굴들도 잘 기억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아는 척은 안 한다. 나 혼자만의 기억으로 갖고 있는 것도 좋다”고 수줍은 면모를 드러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건 10살 때였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하게 됐죠. 엄마의 꿈이었거든요. 연기가 재밌다고 느낀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고요.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찍고나서였습니다. 처음 또래 친구들과 두 달간 호흡했는데 현장이 참 재밌다고 느꼈어요. 분위기가 편안하니 나도 감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요. 연기를 하면서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빠져서 감정을 낼 수 있구나’라고… 연기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배우를 자신의 ‘직업’으로 인정한 건 시간이 더 지나서다. “어느 순간부터 쉬는 동안에도 단편영화를 찾아보는 나를 발견했다”는 김보라. “공백기에도 (스트레스를) 연기로 풀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욕심이 많이 생겼구나’ 느꼈다”며 “23살 때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 출연하기 전까지 쉬는 기간이 꽤 길었다. 오디션 볼 때마다 떨어지던 시기였는데 생각이 많았다. 잠깐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엔 섣부른 판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다 해보지도 않았고, 집에 가만히 누워서 혼자 조급해하는 자신이 웃겼다”고 했다. 이어 “그 시점 이후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작품 활동은 물론, 오디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더욱 즐기게 됐다. 작품이나 인물 분석도 더 꼼꼼히, 섬세하게 하는 나를 보며 ‘배우는 내 직업이구나’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고등학생 역할을 주로 맡다 보니 걱정도 했죠. 이 이미지가 고착될까봐요. 하지만 학생 캐릭터라고 해서 성격이 같은 건 아니잖아요. 학생 중에서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아요. 그 아이들을 내가 완벽하게 소화할 때까지 크게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교복을 벗게 될 테니까요” 실제로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닐 동안에도 연기 활동을 병행한 김보라다. 이로 인해 느낀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현장은 현장, 학교는 학교”라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나를 배우로 바라보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거침없이 밖을 다닌 것 같다”고 바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지 못한 게 좀 아쉽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다들 전날 야자 시간에 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부러웠다. 그런데 친구들은 야자를 하지 않는 나를 부러워 했다. 그래서 가끔 야자를 해본 적도 있다. 확실히 빨리 집에 가고 싶더라”고 웃음 지었다.  (사진=싸이더스HQ)   “지난 15년과 지금은 똑같은 거 같아요.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얻고, 깨닫고 있거든요. 다만 15년 전에는 확실히 어렸던 터라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더 힘들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내게 주어진 역할이 나와 정반대 성격이면 너무 부담이 되는 거예요. 원래 나는 부끄러움이 많거든요. 표현하는 데 걱정이 들었죠.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담보다 역할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해졌어요. 김보라로서가 아니라 역할로서 현장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더 뻔뻔해지게 된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불편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배우는 얼굴이 비치는 직업이다 보니 몰래 사진을 찍히거나 하는 일이 많은데 어릴 때는 그게 불편했다”는 것. 그러나 “요즘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나 같아도 내 앞에 배우가 있으면 사진 찍고 싶을 것”이라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그는 ‘스카이캐슬’ 한서진의 대사 “감수하겠습니다”를 따라 읊으며 “결국 내가 선택한 직업의 특성이다. (관심이) 정말 힘들었으면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거다. 이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감당할 만큼 연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김보라는 최근 ‘스카이캐슬’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조병규(차기준 역)와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물론 이들이 먼저 밝힌 건 아니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고 이를 부인하지 않았을 뿐이다.  “드라마가 잘 되다 보니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모든 것이 이슈가 되는 요즘입니다. 나는 괜찮아요. 하지만 지인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돼요. 물론 지인들도 괜찮다고는 하죠. 그런데 지켜보는 입장에선 고민이 되더라고요. 나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인데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앞으로 나는 배우를 계속 할 테니 이런 일들도 더 많아지겠죠? 나는 어딜 가나 주목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로 인해 주위 환경이 바뀔까봐, 그걸 보는 게 조금 힙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보라가 이 모든 걸 감수하겠다고 마음 먹은 데는 팬들의 사랑이 크게 작용했다. ‘스카이캐슬’ 최종회 방송 날,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팬들이 그려준 그림을 일일이 저장해 올린 김보라다. “‘스카이캐슬’ 하면서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늘었다. 나를 생각하면서 그려준 다양한 작품들을 다 모아두고 싶었다. 자기 전에 습관처럼 SNS를 보는데 고맙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했다. 동시에 자랑하고픈 마음도 들어서 블로그에 올린 것”이라고 했다. (사진=싸이더스HQ)   “내가 활동하지 않을 때도, 심지어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에도 나를 응원해주는 게 바로 팬들이에요. 얼마 전에 라디오를 녹음하러 갔을 때도 방송국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기다려주셨더라고요. 나를 위해 쓴 편지와 선물을 건네 주시는 걸 보며 죄송했습니다. 물론 팬들은 내가 어떤 인물에 빠져서 연기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해준 건 없는 셈이잖아요. 그런데도 15년 동안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시고 나로 인해 행복하다고 해 주셔서 고맙죠” 지극한 팬 사랑에 김보라가 보답할 길은 결국 연기다. 이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던 그는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비상업 작품에도 꾸준히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니터를 하다 보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KBS2 ‘후아유-학교 2015’ 때는 교정을 하느라 발음이 아쉬웠다. 그때 ‘단편 영화를 시작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비중이 적고 기간이 짧은 것과 별개로 단편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물을 마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왔다”는 것이다.  “올해 25살이 됐는데, 나이에 대한 생각은 크게 없어요. 나는 나대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나이는 숫자만 바뀌는 거니까요. 아직 체감하는 변화도 없고요. 다만 앞으로 15년 후에는 작품을 더더욱 사랑하는 배우가 되어있기를 바랍니다. 또 좀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시집도 잘 갔으면 좋겠네요(웃음)”

[마주보기] 김보라, 사랑받는다는 건

손예지 기자 승인 2019.02.25 10:41 | 최종 수정 2138.04.21 00:00 의견 0
(사진=싸이더스HQ)
(사진=싸이더스HQ)

 

[뷰어스=손예지 기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언갈 받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내어놓는 게 인지상정이다. 연예인이 대표적이다. 대중으로부터 쏟아지는 사랑에 감수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JTBC ‘스카이(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이후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다닌 건 처음”이라는 김보라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작품 하나를 끝내도) 인터뷰 일정이 조금이었거든요. 거의 매일, 많은 인터뷰를 소화한 건 (‘스카이캐슬’이) 처음입니다. 인터뷰를 다 끝내고 나면 힘이 들기도 하지만, 김주영(김서형) 선생님 말처럼 ‘감수해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요. 아침마다 ‘오늘 힘내자’고 만세 부르면서 일어나요”

이처럼 김보라에게 인기를 안겨준 작품 ‘스카이캐슬’에서 그는 고등학생 김혜나 역을 맡았다. 똑 부러지는 성격과 남다른 생활력 덕분에 아픈 홀어머니의 병수발과 공부를 동시에 소화하는 아이로, 김보라의 내공 탄탄한 연기력과 만나 극의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무엇인가에 흔들리지 않는 것, 상대와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 나와 닮았습니다. 반면 나는 혜나처럼 당돌하진 못 해요. 하지만 두 달 동안 혜나에 이입하며 지내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은 건 있어요. 원래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닌데 최근에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 사람을 마주쳤거든요. 예전의 김보라였으면 그냥 지나갔을 거예요. 그런데 혜나처럼 또박또박 대꾸를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길거리에서 무엇 하시는 거냐’면서요(웃음)”

처음부터 혜나가 김보라로 내정됐던 건 아니다. 오디션에서 김보라는 혜나와 극 중 라이벌 강예서(김혜윤)의 대본을 동시에 받았다. 이에 대해 김보라는 “예서처럼 부잣집 딸 역할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었고, 짧은 대본에도 혜나가 뻔하지 않게 그려져서 혜나에 더 끌렸다”고 고백했다. “부족한 환경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한없이 울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이를 감추기 위해서 강하게 나가는 이가 혜나”라며 “연기하면서 속시원하기도 했고 재밌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그런 한편 김혜윤 역시 오디션 당시 예서는 물론, 혜나의 연기까지 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두 배우의 캐스팅이 반대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사진=JTBC)
(사진=JTBC)

 

“촬영하는 동안은 예서도 나도 각자 캐릭터에만 빠져서 그런 생각까진 안 해봤어요. 다만 혜윤이와 첫 촬영하는 날 예서 스타일링을 보고 ‘내가 저 옷이 어울렸을까?’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난 혜나 스타일이 좋았어요. 평소 입는 옷과 비슷했거든요. 그런데 팬들은 내가 예서 같은 역할도 해보기를 원하더라고요. 팬들과 나를 위해서라도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네요”

‘스카이캐슬’에서 혜나는 ‘짠한’ 캐릭터였다. 특히 14회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며 충격의 엔딩을 장식하기도. 김보라는 “처음부터 혜나가 죽게 된다는 건 알았다”면서도 “대신 어떻게, 누구에 의해 죽는지는 몰라 궁금했다. 막상 대본을 받고는 ‘이렇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혜나가 나중에 죽을 거란 걸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았다. 엄마(이연수)가 죽기 전과 캐슬에 입주하기 전후, 혜나에게 생기는 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혜나가 점점 독해지는 이유가 확실히 산 것 같다. 또 이로 인해 죽음 이후 혜나가 더욱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혜나가 가장 안쓰러웠던 순간이요? 한서진(염정아) 엄마와 크게 싸운 장면이요. 혜나가 입주 과외를 시작한 이유를 처음 고백하고 한서진에게 뺨을 맞죠. 그 상태로 차에 타서 ‘대신 밥은 같이 먹어요’라고 하는데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혜나를 보면 늘 혼자 다녀요. 캐슬에서도 예빈(이지원) 외에는 친구가 없던 아이인지라 혜나가 걷는 길은 다 쓸쓸했던 것 같아요”

물론 실제 김보라와 캐슬 키즈 배우들은 돈독하다. “내가 장난을 많이 치는데 그만큼 너무 잘 받아줬다”던 김보라는 ‘스카이캐슬’의 젊은 배우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언니, 누나라고 해서 다르게 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들과) 친구처럼 지냈다. 덕분에 연기가 편했다. 처음에는 긴장과 부담이 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혜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예빈 역의 이지원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사진=JTBC)
(사진=JTBC)

 

“함께하는 첫 촬영 당시 예빈이가 13살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놀랐어요. 너무 잘하는 거예요. PD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에게 ‘대체 누구냐’고 ‘왜 이렇게 잘하냐’고 물었을 정도예요. 같이 호흡을 맞출 때도 긴장하는 기색 없이 눈 똑바로 마주하고 자기 연기를 잘 하더라고요. 이후로 함께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늘 감탄하고 배워야할 점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 지원이는 수줍은 면이 많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정말 예빈이로밖에 보이지 않았거든요. 가끔 내가 대사를 틀리면 입 모양으로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내 대사까지 외운 거예요. 빨리 지원이가 커서 더 많은, 다양한 작품으로 자기의 색을 뿜어내기를 바랍니다”

이지원이 ‘스카이캐슬’로 알게 된 새로운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된 인연도 많다. 극 중 조선생을 연기한 배우 이현진과 김보라는 12년 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에 함께 출연했던 바다. 그러나 ‘스카이캐슬’에서는 혜나와 조선생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터라 김보라와 이현진은 종방연에서야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보라는 “첫 촬영 때 뵙긴 했는데 ‘나를 기억할까’ 싶은 마음에 모른 척했다. 종방연 때 용기 내서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인사를 건넸더니 (이현진) 오빠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빠도 첫 촬영 당시 나를 기억했다고 한다. 다만 ‘김치 치즈 스마일’ 촬영 때는 내가 꼬맹이어서 편안하게 ‘보라야, 안녕’ 했는데 오랜만에 보니 숙녀가 되어 있었다며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고민했다고 했다”며 웃음 지었다. 

“‘우주 아빠’ 최원영 선배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KBS2 ‘하늘벽에 오르다’(2014)에서 극 중 나의 코치 선생님으로 출연하셨거든요. 또 케이 역의 조미녀 언니와는 MBC ‘화려한 유혹’(2015~2016)을 함께했고요. ‘스카이캐슬’에서는 종방연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엄청 반가워서 포옹을 했죠”

이뿐만 아니다. 이수임 역의 이태란이 주연을 맡았던 KBS2 ‘소문난 칠공주’(2006)에도 출연했다던 김보라는 “그때 내가 워낙 어렸고 선배와 겹치는 장면도 별로 없었기에 기억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또 “오나라 선배와는 영화 ‘천국의 아이들’(2012)에 같이 출연했는데 어느 날 선배가 ‘혜나야, 너 나랑 같이 작품 했었더라’면서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런가 하면 ‘스카이캐슬’에서 혜나와 대립각을 세운 한서진 역의 염정아 역시 김보라와 인연이 남다르다. 2011년 방영한 MBC ‘로열 패밀리’에서 김보라가 염정아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것이다. 김보라는 “‘로열 패밀리’ 이후에도 숍이 같아서 오고 가며 종종 인사를 나눴다”며 “그래서인지 ‘스카이캐슬’ 현장에서도 선배가 멀리서부터 ‘보라야, 안녕’이라면서 반갑게 맞아줬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12살에 출연한 아침드라마 스태프를 ‘스카이캐슬’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첫 촬영 날 ‘보라야 잘 지냈어?’라며 인사를 해주는데 눈물이 날 뻔했어요. 15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게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현장이었죠”

(사진=싸이더스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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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이 스물 다섯, 인생의 절반을 연기자로 살아온 덕분에 겪게 된 특별한 경험들이다. 김보라는 “나는 어렸을 때 만난 얼굴들도 잘 기억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아는 척은 안 한다. 나 혼자만의 기억으로 갖고 있는 것도 좋다”고 수줍은 면모를 드러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건 10살 때였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하게 됐죠. 엄마의 꿈이었거든요. 연기가 재밌다고 느낀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고요.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찍고나서였습니다. 처음 또래 친구들과 두 달간 호흡했는데 현장이 참 재밌다고 느꼈어요. 분위기가 편안하니 나도 감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요. 연기를 하면서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빠져서 감정을 낼 수 있구나’라고… 연기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배우를 자신의 ‘직업’으로 인정한 건 시간이 더 지나서다. “어느 순간부터 쉬는 동안에도 단편영화를 찾아보는 나를 발견했다”는 김보라. “공백기에도 (스트레스를) 연기로 풀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욕심이 많이 생겼구나’ 느꼈다”며 “23살 때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 출연하기 전까지 쉬는 기간이 꽤 길었다. 오디션 볼 때마다 떨어지던 시기였는데 생각이 많았다. 잠깐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엔 섣부른 판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다 해보지도 않았고, 집에 가만히 누워서 혼자 조급해하는 자신이 웃겼다”고 했다. 이어 “그 시점 이후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작품 활동은 물론, 오디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더욱 즐기게 됐다. 작품이나 인물 분석도 더 꼼꼼히, 섬세하게 하는 나를 보며 ‘배우는 내 직업이구나’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물론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고등학생 역할을 주로 맡다 보니 걱정도 했죠. 이 이미지가 고착될까봐요. 하지만 학생 캐릭터라고 해서 성격이 같은 건 아니잖아요. 학생 중에서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아요. 그 아이들을 내가 완벽하게 소화할 때까지 크게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교복을 벗게 될 테니까요”

실제로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닐 동안에도 연기 활동을 병행한 김보라다. 이로 인해 느낀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현장은 현장, 학교는 학교”라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나를 배우로 바라보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거침없이 밖을 다닌 것 같다”고 바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지 못한 게 좀 아쉽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다들 전날 야자 시간에 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부러웠다. 그런데 친구들은 야자를 하지 않는 나를 부러워 했다. 그래서 가끔 야자를 해본 적도 있다. 확실히 빨리 집에 가고 싶더라”고 웃음 지었다. 

(사진=싸이더스HQ)
(사진=싸이더스HQ)

 

“지난 15년과 지금은 똑같은 거 같아요.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얻고, 깨닫고 있거든요. 다만 15년 전에는 확실히 어렸던 터라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더 힘들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내게 주어진 역할이 나와 정반대 성격이면 너무 부담이 되는 거예요. 원래 나는 부끄러움이 많거든요. 표현하는 데 걱정이 들었죠.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담보다 역할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해졌어요. 김보라로서가 아니라 역할로서 현장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더 뻔뻔해지게 된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불편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배우는 얼굴이 비치는 직업이다 보니 몰래 사진을 찍히거나 하는 일이 많은데 어릴 때는 그게 불편했다”는 것. 그러나 “요즘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나 같아도 내 앞에 배우가 있으면 사진 찍고 싶을 것”이라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그는 ‘스카이캐슬’ 한서진의 대사 “감수하겠습니다”를 따라 읊으며 “결국 내가 선택한 직업의 특성이다. (관심이) 정말 힘들었으면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거다. 이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감당할 만큼 연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김보라는 최근 ‘스카이캐슬’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조병규(차기준 역)와 공개 연애를 시작했다. 물론 이들이 먼저 밝힌 건 아니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고 이를 부인하지 않았을 뿐이다. 

“드라마가 잘 되다 보니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모든 것이 이슈가 되는 요즘입니다. 나는 괜찮아요. 하지만 지인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돼요. 물론 지인들도 괜찮다고는 하죠. 그런데 지켜보는 입장에선 고민이 되더라고요. 나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인데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앞으로 나는 배우를 계속 할 테니 이런 일들도 더 많아지겠죠? 나는 어딜 가나 주목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로 인해 주위 환경이 바뀔까봐, 그걸 보는 게 조금 힙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보라가 이 모든 걸 감수하겠다고 마음 먹은 데는 팬들의 사랑이 크게 작용했다. ‘스카이캐슬’ 최종회 방송 날,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팬들이 그려준 그림을 일일이 저장해 올린 김보라다. “‘스카이캐슬’ 하면서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늘었다. 나를 생각하면서 그려준 다양한 작품들을 다 모아두고 싶었다. 자기 전에 습관처럼 SNS를 보는데 고맙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했다. 동시에 자랑하고픈 마음도 들어서 블로그에 올린 것”이라고 했다.

(사진=싸이더스HQ)
(사진=싸이더스HQ)

 

“내가 활동하지 않을 때도, 심지어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에도 나를 응원해주는 게 바로 팬들이에요. 얼마 전에 라디오를 녹음하러 갔을 때도 방송국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기다려주셨더라고요. 나를 위해 쓴 편지와 선물을 건네 주시는 걸 보며 죄송했습니다. 물론 팬들은 내가 어떤 인물에 빠져서 연기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해준 건 없는 셈이잖아요. 그런데도 15년 동안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시고 나로 인해 행복하다고 해 주셔서 고맙죠”

지극한 팬 사랑에 김보라가 보답할 길은 결국 연기다. 이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던 그는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비상업 작품에도 꾸준히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니터를 하다 보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KBS2 ‘후아유-학교 2015’ 때는 교정을 하느라 발음이 아쉬웠다. 그때 ‘단편 영화를 시작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비중이 적고 기간이 짧은 것과 별개로 단편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물을 마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왔다”는 것이다. 

“올해 25살이 됐는데, 나이에 대한 생각은 크게 없어요. 나는 나대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나이는 숫자만 바뀌는 거니까요. 아직 체감하는 변화도 없고요. 다만 앞으로 15년 후에는 작품을 더더욱 사랑하는 배우가 되어있기를 바랍니다. 또 좀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시집도 잘 갔으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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