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75. 금주의 가수는 놀이도감입니다.

(사진=붕가붕가레코드 제공)
(사진=붕가붕가레코드 제공)

■ 누굴까, ‘놀이도감’

이름: 놀이도감(김민수)

데뷔: 2019년 1월 27일 싱글 ‘충훈부’(실리카겔 데뷔 2015년 8월 21일 미니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

대표곡: ‘환각’

디스코그래피 요약: 미니 ‘플레이북(Playbook)’(2019)

특이점: ▲실리카겔 멤버 김민수의 홀로서기 프로젝트 ▲활동명은 어린 시절 추억으로부터 소환한 단어로, 평소 혼자 악기를 갖고 놀다가 음악을 만들곤 하는 본인의 작업방식에 맞춰 선택한 이름

해시태그: #싱어송라이터 김민수 #청자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사운드와 보컬 #단조로운 화려함

(사진='환각'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사진='환각'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 미리 보는 비디오

‘플레이북’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환각’ 뮤직비디오. 김민수의 아버지인 김성문이 16mm 필름으로 촬영한 것을 양민영(YANGYANG.zip)이 연출 및 편집했다. 영상에는 놀이도감이 놀면서 곡 작업도 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노래는 덤덤한 놀이도감의 목소리와 선 굵은 사뮈의 목소리가 한 데 어우러지는데, 이는 빈티지한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가는 영상과 만나 몽환적인 느낌을 부각한다.  

(사진='플레이북' 커버)
(사진='플레이북' 커버)

■ 실리카겔과 또 다른 놀이도감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를 테스트했을 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결과가 나오면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판단을 한다. 하지만 모두가 한 쪽 면만 지닌 채 살아가지는 않는다. 중립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양쪽의 성향을 모두 지녔다고 풀이되는 결과다.

놀이도감도 마찬가지다. 그는 밴드와 솔로 활동에 대해 “실리카겔에서는 보이지 않은,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악기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김민수의 지극히 개인적인 뚝딱뚝딱(?)의 모음집”이라고 설명했다. 

놀이도감은 실리카겔이 2017년 11월 낸 앨범을 끝으로 멤버들의 군복무에 돌입한 이후부터 솔로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수록곡 ‘9평 남짓한 공간’이라는 말처럼 놀이도감은 바깥으로 향했던 시간을 지나 자신의 좁은 작업실로 향했을 터다. “축제가 끝나고/가장 화려한 시간이 지나/무슨 일이었을까/멍하니 자리에 서있었지/정신을 차려보니/이 작은 집에 홀로 남겨져/조용한 이곳에선/노란 조명만 비춰지네”라는 가사를 지닌 ‘축제’가 ‘플레이북’의 첫 트랙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만의 공간에서 만들어낸 ‘플레이북’은 조금 더 심플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해보고 싶은 대로 마음껏 뻗어나간 모양새다. 실리카겔에서 앨범 작업의 큰 틀을 리드하고 멤버들의 의견을 절충하며 음악을 정교하게 만들어나갔던 것과는 전혀 다른 톤이다. 실리카겔이 멋지게 노는 밴드로 비춰졌다면 놀이도감은 친구들과 한바탕 놀고 난 뒤 들어와 갖는 혼자만의 시간을 담아낸 셈이다.

‘플레이북’에서 드러난 놀이도감의 모습은 보다 무신경하고 또 섬세하다. 군더더기 없이 흘러나오는 놀이도감의 목소리는 기타리스트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부각한다. 리드미컬한 박자와 소리, 각기 다른 템포는 그의 보컬 사이사이를 지탱하며 ‘단조로운 화려함’을 만들어낸다.

■ 놀이도감 추천곡

‘9평 남짓한 공간’: 러닝타임 대부분이 연주로 채워진 곡이다. 가사는 “하얗게 칠해진 방엔/온통 하얗기만 하네/머리 위에서 비춰진/멍청한 빛에 갇혀서”뿐이다. 고심하며 심오한 노래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정말 방 안에서 이런 저런 소리를 내보고 조합하며 노래를 채워나가는 놀이도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놀이도감, 그리고 이번 앨범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