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뷰어스=장수정 기자]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이 초반의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뻔한 토크 예능으로 퇴보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인생술집’이 11일 밤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2016년부터 2년 여간 다수의 게스트들이 출연했던 ‘인생술집’은 첫 방송 당시 새로운 토크 예능프로그램으로 각광받았다. 토크 형식 예능 중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4’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생’과 ‘술집’이라는 콘셉트를 결합, 출연진의 깊은 속내를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인생술집’은 진짜 술집 같은 현실적인 스튜디오 구성과 어두운 조명 등을 활용해 프로그램만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술이라는 장치가 끼어들며 더 편안하고 솔직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좁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신선한 느낌을 자아냈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시즌2로 스케일을 키워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인생술집’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tvN 방송화면)
그러나 시즌2에 들어서면서 ‘인생술집’만의 색깔마저 지워졌다. 술을 5잔 이하로 마신다는 규칙 아래 19세 이상 관람가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등급을 변경했으며, 작은 술집 분위기를 내던 스튜디오도 밝고 넓어졌다. 일반적인 세트장과 차별화를 주지 못했기에 시즌1에서 보여준 ‘날 것’의 느낌도 함께 사라졌다.
‘연애대작’이라는 코너를 활용해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넓히려는 시도를 더했지만 이 역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방송 중간 연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하는 코너가 생기면서 여느 프로그램에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인상을 안겼다. 이야기 흐름의 일관성만 해칠 뿐 여느 연애 상담 프로그램보다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지도 못했다.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인생술집’에 음주 조장 논란에 대한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한 점도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뒤흔들었다. 방심위는 ‘인생술집’이 출연자 간 대화보다 음주 장면을 지나치게 부각해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거나 음주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인생술집’은 최근 1~2%대의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마저 얻지 못하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시청 등급 제한까지 감수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결국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채 종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