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OCN 방송화면 캡처)
‘구해줘2’가 평범하고 느린 전개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천호진, 엄태구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은 이 드라마의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8일 밤 첫 방송된 OCN 드라마 ‘구해줘2’는 사이비 종교의 헛된 믿음에 빠진 월추리 마을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를 원작으로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법대 교수 최경석(천호진)이 개척 교회를 세우기 위해 수몰을 앞두고 있는 월추리를 찾아갔다. 그는 수몰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마을 사람들을 중재했고, 화려한 언변과 따뜻한 미소로 그들의 환심을 샀다. 결국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봉합한 그는 마침내 개척 교회를 마을에 세워 달라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을 부양 중인 월추리 마을 주민 김영선(이솜)의 오빠 김민철(엄태구)이 탁월한 싸움 실력으로 교도소를 장악하는 섬뜩한 모습이 또 다른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김민철은 뛰어난 싸움 실력은 물론,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구해줘2’ 첫 회는 다소 밝은 톤으로 진행됐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친구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던 청년들의 모습을 스릴감 넘치게 담아낸 전작 ‘구해줘’와는 달리, 유쾌한 분위기에서 전개돼 이전의 진지한 분위기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인상을 주기도 했다.
특히 오프닝에서 김민철이 자신을 위협하는 또 다른 수감자와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경쾌한 BGM을 통해 다이내믹하게 그려져 만화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사진=OCN 방송화면 캡처)
월추리 마을 사람들의 갈등 또한 심각함보다는 그들의 순박함을 드러내는 요소가 됐다. 수몰을 앞둔 주민들은 찬반을 두고 다퉜지만 이후 최경석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순수한 모습으로 무거움을 상쇄시켰다. 이는 종교 단체에 빠지게 될 이들의 심리적 발판을 탄탄하게 마련하는 장치가 된 동시에 최경석이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 과정이 충분히 설명돼 개연성을 높이는 발판이 됐다.
이렇듯 첫 방송은 얽히고설킨 관계를 설명하고 캐릭터 성격을 각인시키는 데 집중한 탓에 장르물의 스릴감 가득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배경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다 보니 전개가 느리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경석이 인자함 뒤에 감춰진 꿍꿍이를 드러내는 찰나의 장면들은 ‘구해줘’ 특유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의 개척 교회 설립 찬성을 이끌어 낸 직후 돌아서서 섬뜩한 미소를 짓는 장면은 드라마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예고하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방송 말미에는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던 캐릭터들이 월추리 마을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전개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민철이 출소해 마을로 돌아왔으며 최경석은 서울의 큰 교회 목사 성철우(김영민)를 월추리 마을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쾌함과 심각함을 오가다 보니 생길 수 있는 산만함도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며 그들을 이용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최경석 역의 천호진과 거칠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김민철 역의 엄태구가 중심을 단단하게 잡았다. 두 사람은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물론, 캐릭터를 한층 다채롭게 그려내며 앞으로의 전개를 궁금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