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명장 밑에는 약졸이 없다. 좋은 감독들은 연기도 잘 하도록 만들어주신다. 그게 명장의 아우라가 아닌가 싶다. 봉준호, 이창동 감독님부터 김지운 감독님까지 그분들의 덕택을 봤다.”
송강호는 세 번째 칸 초청이라는 놀라운 기록에 대해 주변인들의 공이 컸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함께 짐을 짊어진 다른 배우들 덕에 만들어진 결과라며 후배들을 거듭 칭찬했다. 그러나 상을 받던 순간을 떠올릴 때만큼은, 가졌던 욕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당시의 기분을 기쁘게 털어놨다.
“상이 중요한 건 아닌데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동요가 된다. 어떻게 보면 경쟁작이 21편인데 그 안에 들어간 것만 해도 상을 받은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또 가게 되면 그냥 집에 가라고 하면 섭섭하게 느껴진다. 상을 받을 때는 화면에 나온 그대로였다. ‘기생충’이 호명이 안 되면 안 될수록 내 박수 소리가 커지더라. 어마어마한 작품과 감독들이 올라가는데, 마지막에 우리만 남았을 때는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영화 ‘괴물’로 함께 칸을 찾았던 봉준호 감독과의 재도전이 만든 결과였기에 더욱 의미 있기도 했다. 송강호와 봉 감독은 무려 4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20년 동안 영화 동지로 지내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존중의 관계로 만났다. 그 마음이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친구 같다. 후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존경하는 마스터로 여겼다. 물론 봉 감독님뿐 아니라 박찬욱 감독님이나 김지운 감독님과도 인연이 깊다. 하지만 봉 감독님과는 유독 깊은 인연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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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원톱 영화에서 진지한 역할들을 소화한 것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배우로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송강호는 그런 점에서는 기택이 말한 “노 플랜(no plan)”을 실천하며 사는 중이었다.
“나는 배우니까 좋은 작품과 연기를 위해서 노력하고 추구할 뿐이다. 1989년에 첫 연극 무대에 섰으니까 올해 연기 시작한 지 만 30년이 됐다. 그때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배우는 무계획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명예나 돈에 대한 목표가 있었으면 1년도 못 버텼을 것 같다. 순수하게 일에 대한 애정과 마음을 가지다 보니까 사회적 평가나 나름의 성취가 따라온 것 같다. 그런 마음에서 출발을 해야 하는 것 같다.”
다만 연기를 하며 늘 가졌던 가치관은 있었다. 후배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설명한 그의 가치관에서는 연기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이 묻어났다.
“마음에 가졌던 건 있다. 좋은 연기라는 것은 화려한 변신을 선보이거나 자신의 재능을 번뜩이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런 것보다 이 작품에 어떻게 헌신을 해야 원하는 인물이 될까를 고민한다. 헌신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이 좋은 연기의 표본이 아닐까라는 걸 늘 견지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