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2
‘개그콘서트’는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의미를 축하하기 보다는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먼저 드러냈다. 1999년 첫 방송 원년 멤버인 전유성, 김미화까지 힘을 보태며 변화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줬다.
5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에는 원종재PD, 박형근PD, 코미디언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이 참석했다.
1000회를 년수로 환산하면 무려 20년이 넘는다. 단순히 현재의 시청률과 인지도만 따지기에는 그 역사와 전통이 깊다. KBS 공채 개그맨이라면 당연히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이곳에서 얻은 인기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진출하던 시기가 있었고, 이곳에서 쌓은 선후배 간의 끈끈함이 ‘개그콘서트’를 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다양한 의미가 ‘개그콘서트’를 지탱했지만, 현재 7% 이하라는 낮은 시청률과 그보다 더 떨어지는 화제성은 분명한 위기 상황이다. 더욱이 ‘개그콘서트’의 위기와 몰락설이 2년 전인 900회 특집 때도 유효한 문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긴 역사를 가진 프로그램도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이에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개그콘서트’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 등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고갔다.
원종재 PD는 ‘개그콘서트’ 부진 이유에 대해 달라진 시대상 때문에 과거 사용했던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 제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의와 개그 사이, 저희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 있다. 방송이기에 유튜브처럼 자극적으로 할 순 없다. 누군가의 상처를 개그 소재로 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과거 프로그램이 너무 사랑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연출자만의 노력이 아닌 출연자들의 힘을 믿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형근 PD는 “웃음의 본질에 대해서는 고민을 못 했다”고 인정하며 “코미디의 본질, 어떻게 웃길지, 콘텐츠의 본질과 변화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고 있다. 그 부분을 더 고민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2주 동안 진행된 1000회 특집에는 ‘개그콘서트’를 거쳐 갔던 수많은 선배들이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 레전드 코너를 연기했다. 달인 김병만과 ‘생활 사투리’ 박준형, 정종철, ‘사랑의 카운슬러’ 강유미, 유세윤 등 등 과거 인기 코너들이 다시 돌아오자 화제성은 저절로 올라갔다. 시청률 역시 2주 연속 8%를 달성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잠시 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흥미가 뒷받침 돼야 한다.
2일 오후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변화 의지를 보여주듯 새 코너들로 포문을 열었다. 경호원들의 애환을 재치 있게 다룬 ‘가디언즈7’을 첫 코너로 내세웠지만, 직업의식 없는 이들이 펼치는 실수 연발 에피소드만으로는 큰 웃음을 자아내기 힘들었다. ‘연애인들’에서는 여전히 강민경과 오나미의 외모로 웃음을 만들어내려 했다. 시청률 또한 특집 방송 대비 1.6% 하락한 6.8%를 기록,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어가지 못했다.
사진제공=윤소그룹
유튜브와 공연 등 TV 공개 코미디 무대 외에 다양한 플랫폼이 많아졌다는 것도 ‘개그콘서트’에는 위협적인 일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 채널들이 많이 생기면서 표현 수위가 높은 개그를 접한 시청자들이 늘어났으며, 개그맨들 또한 유튜브에 진출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강유미, 김준호, 강민경, 유민상 등이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윤형빈, 박준형, 정경미를 필두로 한 젊은 개그맨들은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소통 중이다. 그동안 소극장에서 코미디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던 윤형빈은 올해 3회 째 ‘코미디위크 인 홍대’를 개최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이진호, 정경미, 김경아, 조승희, 박준형, 조재원, 박성호 등이 출연한다. 이밖에도 박나래, 유병재가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내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