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세계적인 현대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BARBARA KRUGER: FOREVER’에서 작가 생애 최초의 한글 작품 2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6월 27일부터 12월 29일까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관장 전승창)은 용산에서의 신축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선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선보인 바바라 크루거의 주요 작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40여년간 다양한 작업 유형과 일관되고 독창적인 작업 양식을 견지해 온 작가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총 4개의 전시실과 ‘아카이브룸’으로 구성했다.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바바라 크루거의 한글 설치 작품인 <무제(충분하면만족하라)Untitled>(2019)는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면 바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전시장 내의 <무제(제발웃어제발울어)Untitled>(2019)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아낸다. 첫 번째 전시장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작업인 <무제(영원히)Untitled(Forever)>(2017)를 관람할 수 있다. 강렬한 시각 경험을 주는 거대한 텍스트로 방 하나를 도배한 이 작업은 관람객에게 기존과 전혀 다른 작품 관람 방식을 제안한다. 이 작품은 건축과 공간에 대한 바바라 크루거의 오랜 관심을 집약하고 있다. 관람객은 작품의 텍스트 속을 거닐며 다양한 질문과 생각을 떠올리는 능동적인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과 동일한 이 작업은 작가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위해 특별히 재디자인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소장품이자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무제(진실의 최신 버전)Untitled(The latest version of the truth)>(2018)는 가공되는 진실 또는 상황에 의해 달라지는 진실의 속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는 최근 작품이라 주목할만하다.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는 현대 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지난 40여년 동안 차용한 이미지 위에 텍스트를 병치한 고유한 시각 언어로 세상과 소통해왔다. 현재 미국의 로스 엔젤레스와 뉴욕에서 거주 및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최근 작품과 더불어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들의 ‘원형’이 되는 초기 페이스트업(paste-up) 작품 총 16점이 출품된다. 일반적 지식 생산과 시각적 규칙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무제(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 Untitled(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1981)와 <무제(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Untitled(Your body is a battleground)>(1989)를 꼽을 수 있다. 작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사진을 이용한 작업을 시작하였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명 ‘크루거 스타일’은 1981년에 발표한 작품 <무제(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부터 확고해졌다. 또한 1996년도 설치작품 <무제(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를 위한 프로젝트) Untitled(Project for Dazed and Confused)>도 눈길을 끈다. 여섯 점의 프린트로 구성된 이 작품은 흑백의 모델 초상 위에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가 들어간 글 상자가 배치되어 있는데, 각각의 글 상자에는 인물들이 1인칭 시점으로 비꼬듯 이야기하는 대사들이 들어가 있다.
전시장에 마련된 ‘아카이브룸’은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에서 잡지, 신문, 거리의 광고판, 포스터 등 우리가 생활 가까이에서 접하는 매체를 활용하여 대중과 활발히 소통해 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보여준다. 이 공간에서 작가의 육성이 담긴 인터뷰 영상,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작업 등을 살펴보면서 관람객은 작가를 더욱 가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바라 크루거는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의 주요 이슈에 대해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발언해 왔다.
한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이번 ‘BARBARA KRUGER: FOREVER’전시를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여, 동시대 이슈들에 대해 깨어 있는 감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의 무뎌진 비판의식을 흔들어 깨우고, 삶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나 자신을 삶의 주체로 되돌려놓는 유의미한 질문과 해석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