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수 SPC그룹 전 부사장
올초 재벌 3세들의 마약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이후 기업과 마약 스캔들에 휘말린 3세들이 언급될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이 가운데 SPC그룹이 허희수 전 부사장의 공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마약 사건 당시에는 ‘영구배제’라는 자극적 단어로 회사 지키기에 나선 것처럼 보였으나 슬슬 허 전 부사장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은 지난 12일 글로벌 식품 브랜드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와 국내 독점 공급·판매 계약을 발표하면서 마약혐의로 처벌을 받았던 허 전 부사장 공로를 강조했다. 이에 앞서 SPC는 쉐이크쉑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도 허 전 SPC 부사장의 성과를 조명한 바 있다. 이번 크래프트 하인즈 독점판매 계약으로 SPC삼립은 매출이 적어도 300억 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허 전 SPC그룹 부사장은 지난해 9월 대마 밀수·투약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SPC그룹은 허 전 부사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SPC삼립의 독점판매 계약 때마다 허 전 부사장의 공로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SK와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잇따라 마약 관련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SK그룹 창업주 故 최종건 회장의 장손 최영근(31)씨는 대마 구입·투약 혐의로 4월 2일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2월부터 마약 공급책을 통해 총 18번 대마 종류를 구입했는데, 이 중엔 환각성이 일반 대마의 40배에 달한다는 쿠키 형태의 고농도 대마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 금액은 모두 약 700만원.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현대그룹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모 씨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정씨는 지난해 액상 대마를 사들여 국내에서 피운 혐의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는 과거 마약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의 봐주기 수사로 처벌을 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황모 씨는 가수 박유천과 약혼과 파혼을 거치면서 관심을 모은 인물이다. 마약 사건 이후 남양유업 측은 “황씨는 회사와 어떤 연관도 갖고 있지 않으며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몸 사리기에 나섰다. 이후 황씨가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언급되자 황씨로 인한 회사의 타격, 대리점주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은 재벌 3세 마약 스캔들 이후 해당 사건과 인물의 언급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유독 SPC삼립만 허 전 부사장의 행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영구배제’라는 말을 주워담기 위한 수순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허 전 부사장은 고(故) 허창성 SPC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며, SPC삼립의 지분을 11%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