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현지 기자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를 이은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개막한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담은 테마 영화제다. 남과 북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영화를 비롯해 난민, 인권, 전쟁 등 세계적 이슈를 담은 신작을 한 자리에 모은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려 문성근 영화제 이사장과 방은진 집행위원장, 장우진-김대환 감독과 김태형-최은영 프로그래머가 자리했다.
이날 문성근 영화제 이사장은 “작년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강원도 평창과 서울은 교류와 협력을 시작했다”라며 “영화제에 대한 제안을 받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질감이 있는 남과 북이 어떻게 동질성을 회복할 것이냐에 대해 문화예술이 답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 속 인물을 보면 이해하고 공감하는 힘이 생기지 않나. 영화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크다. 영화제 이름에 ‘남북’을 넣고 ‘남북관계’를 전문으로 하는 영화제로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영화제를 준비하는 1년 동안, 남북관계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희망도 생겼다가 무너지기도 했다. 어려울수록 끈을 놓지 않고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문화의 힘으로 남북이 하나 되고, 통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선을 넘어 하나로, 힘을 모아 평화로’다. 선 하나로 둘이 돼버린 분단의 현실을 넘어서고 힘을 모아 평화로 나아가자는 염원을 담았다.
방은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주제는 평화, 공존, 번영이다. 더 나은 표현은 없는 것 같다. 미래의 가치와 평화에 초점을 맞추고 공감하고 느끼게 하는 바람이 있다. ‘강원도의 축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라고 영화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영화제 정체성에 대해서는 “정치, 종교, 민족 등 다양한 차이에 대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이들이,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남(파란색)과 북(빨간색)의 색을 더했더니 보라색이 나와 채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방 집행위원장은 포스터에 등장하는 호랑이에 대해 “동계올림픽과 88올림픽의 기백을 나타내는 백호에서 시작했다. 정면을 응시하는 호랑이의 표정은, 현재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로 가자는 뜻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인 만큼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김태형 프로그래머는 “평창남북평화영화제라서 편향된 작품이 올라오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평화’를 주제에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영화가 올라왔다”라며 “평화와 영화제와 만났을 때 이만큼의 스펙트럼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앞서, 평창남북평화영화제 폐막식이 북한 금강산에서 진행된다고 알려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 집행위원장은 “(남북)기류가 바뀌었지만, 폐막식을 금강산에서 여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라며 “작년부터 엄청나게 시도했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했지만 결국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평창과 강릉에서 펼쳐진다. 개막식은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진행된다.
33개국에서 장편 51편, 단편 34편 총 85편의 작품이 올라온다. 개막작은 북한 영화 ‘새’다. 북한 소설 ‘쇠찌르러기’를 원작으로 하며 림창범 감독이 1992년 선보인 작품이다.
영화제는 총 7개 섹션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한국 경쟁 부문은 ‘평화’를 테마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 작품들로 총 580여편의 출품작 중 19편이 선정돼 상영된다. 스펙트럼 부문은 전쟁, 이민, 인종, 차별 등 사회적 이슈에 관해 주목할 만한 최신작을 망라해 30여 작품이 선정돼 상영된다. 평양시네마 부문은 현재까지 유일한 남북합작 장편 애니메이션인 ‘왕후 심청’을 비롯해 5편의 북한 관련 영화가 선정됐다. POV:지상의 난민 부문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을 다양한 형식과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강원도의 힘 부문은 2017년 강원영상위원회 출범과 함께 강원도 지역 최근 1, 2년 동안 축적된 강원도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섹션이다. 이밖에도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공작’ 등 분단 장르 영화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한 기획전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