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발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은 확산하고, 일본 여행 취소는 잇따른다. 그런 가운데 대중문화계의 행보는 조심스럽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일본 활동을 ‘민간 외교’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해 주던 대중이 아니다.
분위기를 읽지 못했다. 이시언은 일본 여행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질타를 받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유명 뷰티 유튜버 이사배는 협찬 받은 일본 화장품을 소개했다가 논란을 일자 사과문을 올렸다.
가성비 따지다 역풍 맞을까 몸을 움츠렸다. 방송가 여행프로그램들은 일본 여행 촬영을 취소하거나 기획안을 변경했다. 향후에도 당분간 일본 현지에서 진행되는 촬영은 없다고 선을 그은 프로그램들도 있다. 일본과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이 조심스럽다.
몇몇 기획사들도 비상이다. 소속 연예인들의 일본 여행을 자제시키거나, 설사 가더라도 SNS 에 게시물을 올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일본 브랜드 광고 모델로 나서는 것도 꺼리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유니클로의 이너웨어 에어리즘 모델로 발탁된 지성이나, 일본 뷰티 브랜드 시세이도의 새 얼굴이 된 전소미도 네티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도발이 아니었더라면 지나칠 뻔했던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과거 만행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나 항일 투쟁을 다룬 영화는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27년 투쟁을 기록한 ‘김복동’, 해방 후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다 폭침당해 8000여 명의 조선인의 목숨을 잃은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다룬 ‘우키시마호’, 일본군 위안부를 숨기고 싶어 하는 일본 우익의 실체를 추적한 영화 ‘주전장’, 중국 지린성에서 한국 독립군 부대가 일본인을 무찌른 봉오동 전투를 다룬 ‘봉오동 전투’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한일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대중문화계는 긴장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한일 관계에 관련된 정치적, 역사적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에서의 활동과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대중들도 어느 정도 이를 이해했다. 아시아라는 시장의 한계와 그 안에서 일본 시장을 무시 못했기 때문이다. 오리콘 차트에 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뉴스가 되던 시대다.
2019년 대중이 달라졌다. 국민은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도발에 대해 반발하는데, 연예인이기에, 가벼운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이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활동하고 제작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않는다. ‘민간 외교’도, 경제적 이득도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의미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