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런치박스펀드 영상 캡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함께 음식을 먹는 이가 SNS 마니아라면 화를 참는 시간은 배가 되어야 합니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이 경우지 싶은 순간, 나오자마자 먹어야 제 맛인 음식을 눈앞에 두고 구도를 잡아가며 사진찍느라 바쁜 상대방 때문에 짜증이 난 적이 있을 겁니다. 혹은 상대를 짜증나게 하는 당사자가 본인일지도 모릅니다.
간혹 너무하다 싶은 사람들을 보면 “밥 좀 먹게 사진 좀 그만 찍을래?”라고 쏴붙이고 싶을 때가 있죠. 만약 우리나라에 ‘피디(Feedie)’란 앱이 있었다면 “더 찍어 더 찍어”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피디’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더 런치박스 펀드(The Lunchbox Fund)’가 만든 손쉬운 기부 앱입니다. 이 단체는 미국에서 일주일에 한번 이상 외식을 즐기는 사람이 65%이상이라는 점에 착안해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되는 ‘피디’를 만들어냈습니다. 앱을 다운받아 SNS계정과 연동시키고 지정된 식당에 방문해 평소처럼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요. 이 사진이 등록되면 해당 식당에서 25센트를 기부하는 거죠. 식당으로서는 한끼 25센트가 보편적인 홍보비보다 효율적인 수단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기부된 25센트는 남아프리카의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하루 한 끼,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돈이 됩니다. 그렇게 모인 돈은 1년에 25만 끼의 식사로 탈바꿈합니다. 2013년 처음 시작된 ‘피디’ 기부에는 200여개의 레스토랑이 참여했고 그 해에 공유된 식사의 수만 해도 1200만 끼를 넘어섭니다.
사진=피디 홈페이지
더욱이 남아프리카 아이들 중 65%,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에이즈 감염이나 아동학대, 생각지 못했던 임신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알려지며 ‘피디’의 영향력을 실감케 합니다. 이에 따라 ‘런치박스 펀드’는 연간 1000만끼의 식사를 남아프리카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입니다. 미국을 시작으로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또 우리에게도 친숙할 정도로 유명한 영국 셰프 제이미 올리버를 비롯해 미국 셰프 마리오 바탈리, 남아프리카 셰프 피터 템펠 호프 등이 홍보 대사로 나서며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현재 ‘피디’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공유된 음식 사진이 1216만 8836건에 멈춰 있습니다. 지도를 살펴봐도 정확한 레스토랑 위치들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혹시 중단되거나 실패한 건 아닐까 싶지만 다행히 해외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본 결과 최근까지 ‘피디’에 대한 소개와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아직 ‘피디’는 건재해 보입니다.
우리는 SNS를 소비성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개인적 고민 토로, 심정 알림이, 과시용으로 사용할 때가 많죠. SNS 사용자는 늘어나고 타인에게 별 의미없는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런치박스 펀드가 만들어낸 ‘피디’는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행위에 대한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여실히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