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사용 예시/자료=한국은행

세계 최초 디지털화폐 파일럿 테스트가 한국에서 시행된다.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은 시중은행의 예금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폐 실증 테스트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로 가는 전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한은의 이번 테스트는 미국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CBDC 설립과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추진된 것이어서 시장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디지털화폐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 일반 이용자 실거래 실시 계획'을 발표하고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일반 국민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오는 25일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 은행 등 7개 은행에서 실거래 테스트에 참가할 일반 국민을 선착순 방식으로 모집한다. 모집 인원은 최대 10만명이다.

테스트 참가자로 선정되면 다음달 1일 10시부터 지정 앱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자지갑을 개설할 수 있다. 해당 지갑에 은행 계좌를 연동하고,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일반 이용자의 예금 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원으로, 테스트 기간 중 토큰으로의 전환할 수 있는 총 한도는 500만원으로 설정됐다.

예금토큰은 교보문고와 세븐일레븐 전 매장, 부산과 인천 소재 커피전문점 이디야 100개 매장, 농협 하나로마트 6개 점포 등 제한된 이용처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예금토큰은 향후 '프로그래밍 거래'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프로그래밍 거래는 특정 목적의 거래에만 결제가 작동하도록 토큰을 프로그래밍해 조건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가령 정부가 예금토큼 형태로 제공한 바우처를, 특정 장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으로 제한할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CBDC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국가가 신뢰도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CBDC의 발행이 본격화되면 스테이블 코인이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국제결제은행 및 주요국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CBDC 및 토큰화 등을 활용해 국가 간 지급서비스를 개선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국제기구와 상호 협력을 확대해 왔다.

반면 달러 중심의 비트코인 패권을 선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CBDC 설립과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CBDC 방식에 대립각을 세웠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실증 테스트가 기존의 간편결제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 및 향후 스테이블 코인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폐를 통한 결제가 지연 없이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디지털화폐가 지역화폐나 전통시장상품권 등처럼 한정된 영역 안에서만 사용된다면 확장성 부분에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향후 스테이블 코인 등으로 결제 수단이 확대되는 등 정책 보완을 통해 디지털화폐의 사용 경험이 대폭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