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전 SBS 앵커가 검찰에 송치됐다. 김 전 앵커는 지난달 3일 오후 11시55분께 영등포구청역 역사 안에서 여성의 하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앵커는 사건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SBS는 사건이 알려진 8일 오전 ‘뉴스 앵커 출신 언론인, 지하철역서 몰카 찍다 덜미’라는 기사를 내보냈다가 돌연 포털 사이트와 자사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당시 오전에는 김성준 앵커의 실명이 거론되지 않은채, “지상파 메인뉴스 앵커 출신 언론인이 지하철역에서 몰래 카메라를 찍다가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는 뉴스만 나왔다. 그런데 오전 9시 전후로 기자들 사이에서 김성준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 기사가 없어졌다.
이후 모든 매체에서 김 전 앵커의 뉴스가 쏟아졌고, SBS는 김 전 앵커의 사직 수리와 ‘시사전망대’ 폐지 등 김 전 앵커를 순식간에 지워나갔다. 결국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SBS 8뉴스’를 통해 “SBS는 김성준 전 논설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SBS는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시청자에 사과했다.
그러나 현재 SBS 홈페이지에서는 당시 짧은 사과 멘트가 담긴 뉴스만 검색될 뿐, 사건 전반에 대한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SBS사이트나 SBS뉴스만 보면 김 전 앵커가 왜 퇴사했는지 알기 힘들다.
채널A는 한술 더 뜬다. 채널A ‘하트시그널’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강성욱은 성폭행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 받고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강성욱은 지난 2017년 8월 부산의 한 주점에서 여성 A씨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채널A는 즉각 강성욱이 나온 ‘하트시그널’의 다시보기를 중단했고, 입주자 소개란도 없애버렸다. 여기까지는 물의를 빚은 출연자로 인해 방송사가 취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뉴스조차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 사건사고에 대해 유독 강한 집착을 보이는 종편의 특성상 이례적인 모습이다. 물론 강성욱을 언급하려면 채널A ‘하트시그널’이 묶여 등장하기에 불편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연예인들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강하고 적극적으로 비판해 왔던 채널A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SBS나 채널A는 연예인들의 성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더 주목받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김성준 앵커나 강성욱에게 침묵했던 그들이 어떤 ‘톤(tone)’으로 성문제 연예인을 거론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