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엑시트’는 조정석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테일함을 놓치지 않는 조정석 특유의 생활 연기는 ‘엑시트’의 유쾌한 분위기를 전적으로 책임진다. 재난 영화인 만큼 극적인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조정석이 맡은 용남의 긍정적인 면모가 영화 전체를 유쾌하게 만든다.
재난 영화 ‘엑시트’에서 청년 백수 용남은 도심을 뒤덮은 유독가스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본 조정석은 자극적인 장면 없이, 따뜻하고 유쾌한 전개를 보여주는 ‘엑시트’에 만족했다.
“‘건축학개론’이 첫 영화였는데, 스크린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긴장이 됐다. 이후에도 첫 시사회 때는 늘 긴장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보면서 점점 풀어지더라. 기분이 좋고, 만족스러웠다. 극 중 용남은 대가족 구성원인데, 그 가족들과 함께 재미있게 알차게 찍었다. 그게 고스란히 잘 묻어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촬영 때 고생을 많이 했다. 산악 동아리 출신 용남과 의주는 빌딩 벽을 기어오르고, 옥상 위를 달리며 유독가스에 맞선다. 실제 빌딩은 아니었지만 10m가 넘는 세트장에서 연기했고, 세트장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는 늘 아찔함을 느꼈다.
“다리가 정말 후들거리고, 무섭기도 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촬영은 낮은 곳에서 했다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10m 이상 높이의 세트에서 촬영을 했다. 와이어 달고, 고공 액션 장면을 찍는 장면들은 오래 하면 몸에 익숙해지고, 무서움도 없어질 것 같았다. 근데 항상 새롭게 무섭더라.”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서는 옥상 문이 닫혀 가족들이 고립되자, 용남이 창문을 깨고 빌딩 벽을 타고 옥상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디테일하게 포착돼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그런 용남을 지켜보는 가족들이 애타게 응원하는 모습이 뭉클함을 더한다. 이 장면은 ‘엑시트’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는 초반 장면이다.
“창문을 깨고 넘어가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나만 잡는다. 건물 안에서 가족들이 나를 보고 있는데, 그때 짠함을 느꼈다. 부모로 나온 박인환, 고두심 선생님이 그 장면에서 ‘고생 많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재수, 삼수를 경험한 조정석은 용남에게 더 큰 공감을 느꼈다. 백수인 용남에게 취업 여부를 묻고, 나아가 결혼 이야기까지 건네는 친척 어른들의 모습이 현실감 있게 담겼기 때문이다.
“나는 재수, 삼수를 경험했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갔다. 더욱이 나는 삼수 하다가 연극과를 갔다. 친척 어른들이 ‘TV에는 언제 나오냐’라는 질문도 하셨다. 그런 작은 것들이 정말 공감이 많이 갔다.”
조정석은 이러한 장점들을 이상근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촬영 현장에서도 현실감을 최우선으로 두고 노력한 이 감독의 노력을 거듭 칭찬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오래 준비하셨다는 게 느껴졌다. 고집이 있으시면서 유연하다. 더 현실감 있게 표현을 하기 위해 현장에서 과감한 변화도 하셨다. 대사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장면의 느낌을 바꾼 적도 있다. 그런 걸 보면서 좋았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