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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유통중인 일본산 오징어로 만든 과자(사진=독자제공)

대중적 먹거리로 사랑받으며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까지 달고 있는 농심이 앞 뒤 다른 행보로 빈축을 사고 있다. 얼마 전 국내 환경오염을 이유로 식재료 원산지를 교체하려 하다 비난을 받았던 농심은 버젓이 일본 산지 재료를 쓰고 있거나 현지 제조업소에서 가공식품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대기업이 수입하거나 제조한 가공식품 내 원산지를 정리한 목록이 나돌고 있다. 농심도 8곳 대형식품사 중 한 곳으로 이름을 올렸다. 목록에 이름을 올린 제품들은 상상 이상이다. 농심의 경우 과자부터 시작해 카레 14종, 녹차 등 차 제품 6종 등 제품들이 대거 일본 수입, 혹은 일본산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지목됐다. 공유가 시작된 지 일주일을 넘긴 시점, 이 게시물은 빠른 확산속도와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신빙성은 있을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 목록에 기재된 제품들의 원산지는 모두 일본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정보포털인 식품안전나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먹거리라는 데에 있다. 일본불매운동이 장기화됨에 따라 여론 사이에서 제품에 아주 소량으로 들어가는 첨가물까지도 따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식품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식품에 대한 불매 움직임은 비단 원산지가 일본이라는 이유만 들기 힘들다. 많은 이들이 불매운동과 더불어 일본 방사능 오염 위험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대형식품사 일본 재료 사용 목록을 작성한 네티즌 역시 글을 통해 "일본 정부 식품 방사능 관리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본 식품 및 원료 수입을 막지 못할 상황이라면 구매자가 원산지 불명, 혹은 일본산 첨가하는 물건을 기피해 매출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다.

농심 등 대형 식품사들의 일본산 재료 사용을 두고 국민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호주 등 여러 국가가 내년 도쿄올림픽을 두고도 방사능 위험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국내 식품을 구성하는 원산지도 철저히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방사능 검출 우려를 지적하며 먹고 마시는 제품들에 일본산 재료가 들어간 것을 알고도 안심하고 먹을 순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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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새우깡 원산지 교체 논란 당시 시위에 나섰던 군산연안조망협회 어민들.(사진=군산연안조망협회)

이에 더해 농심이 불과 얼마 전 원산지 재료 교체를 두고 했던 말까지 농심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농심은 최근 국민스낵이라 불리는 새우깡의 주원료인 군산 꽃새우 대신 미국산을 수입해 쓰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미국산 사용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당시 농심이 군산 꽃새우를 쓰지 않겠다고 결정했던 이유로 '환경오염'이 언급됐던 탓에 작금의 일본 원산지 제품수입 및 원료 사용과 맞물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농심은 군산 꽃새우를 쓰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 "서해 오염이 심각해져 각종 폐기물이 섞인 새우가 납품되는 사례가 늘어 식품 제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꽃새우 품질이 예전 같지 않아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던 바다. 이 발언은 도화선이 됐다. 군산지역위원회는 "농심이 서해의 환경오염을 지적한 것은 단순히 군산 꽃새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해에서 서식하는 모든 생선류는 환경오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농심은 전체량 미국산 수입 결정을 철회하면서 "서해가 오염돼 꽃새우를 납품받지 않았다는 것은 오해"라고 덧붙였지만 오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던 터. 이런 까닭에 일부 여론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경오염을 운운하며 원산지를 바꾸겠다고 했던 농심이 정작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 식품 수입 및 제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항간에는 "국내 환경오염은 당장 원료를 바꿀 문제고, 일본 방사능 오염 가능성은 괜찮은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렇듯 농심은 일본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자꾸만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일본불매운동 초기 일본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이유로 비난에 직면했다. 이어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 식품 유통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원산지에 대한 민감도 차이로 이어지며 비난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