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건설경기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미분양과 유동성 악화와 공사비 부담 가중 때문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올해 수주 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저수익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참여를 포기할 방침이다. 즉 수년간 유지해온 외형 성장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종합건설사 및 전문건설사 폐업 건수는 총 3644건으로 나타났다. 폐업이 가장 많았던 2024년 3675건과 비슷한 수치로 3년 연속 3000곳을 넘어섰다. 특히 종합건설사들의 폐업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2016년 전체 폐업 건설사 가운데 종합건설사 비중은 약 8.1%였지만 2019년 처음으로 11%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18.5%까지 급증했다.
건설사들의 폐업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동성 악화가 꼽힌다.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익스포저 관리 강화로 브릿지론(연계자금)과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166가구로 1년 전(1만8644건) 대비 56.4% 증가했다. 이는 2021년 3월 말 3만438가구를 기록한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대치인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4351가구, 지방은 2만4815가구다. 전체의 85%가 지방 물량이다.
준공후 미분양은 아파트 완공후 입주가 시작된 시점까지도 팔리지 않은 물량이다. 이렇게 되면 시행사와 시공사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책임준공 협약을 맺은 분양사업장이라면 시공사가 시행사의 우발채무 부담을 모두 떠안하야 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건설 원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로 관련 집계를 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중견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민간 주택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인건비 인상 등 공사원가 상승요인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감마저 감소하는 등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경영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는 약 264조원으로 전년 대비 9% 줄고 내년 건설 투자는 약 2% 늘어난 269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 및 허가, 착공 등 선행지표가 미진하고, 지방 건설경기 회복 가능성도 작기 때문이다. 전문 건설업 계약액 또한 올해 7% 감소 후 내년 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건설경기 부진은 단순 업종 문제를 넘어 거시경제 전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설투자 위축이 고용과 연관 산업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건설업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건설업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대규모 주택사업과 토목·플랜트 수주를 통해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평가됐지만,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와 PF 부실, 공사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저수익 정비사업의 참여를 포기하고, 단기 매출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으로 재무 건전성 확보와 이익률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수주 실적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금 회수 가능성과 이익률을 우선 점검하는 분위기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한 주택 부문에서는 조합 조건이 까다롭거나 사업성이 불확실한 현장에 대해 참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지금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철저히 걸러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무리한 확장보다는 생존과 지속 가능성이 최우선 과제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