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현지 기자
‘광대들’에서는 화려한 재주를 뽐내는 광대패 5인방의 유쾌한 활약이 빛난다. 여기에 이들의 재주를 이용하는 한명회와 세조를 연기한 손현주, 박희순의 섬뜩한 악역 연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세조 말기, 세조실록에 기록된 40여 건의 기이한 현상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13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광대들: 풍문 조작단’(이하 ‘광대들’) 언론시사회에서는 김주호 감독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섞인 영화에 대해 “영화에는 실록의 실제 기록들이 에피소드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40여 건의 에피소드 중, 순서에 맞고 시각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선정했다. 야사에 있던 이야기는 일반 관객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는 내용들로 선택했다. 익숙한 이야기가 있어야 관객들이 편안하게 몰입을 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역사에서 가져 온 에피소드들을 놀라운 재주로 구현하는 광대패 5인방의 활약이 유쾌함을 자아낸다. 조진웅이 연출가 덕호 역을 맡아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고창석은 기술 담당 홍칠 역을 맡았으며, 김슬기가 음향 담당 근덕을 연기한다. 윤박은 미술 담당 진상, 김민석은 재주 담당 팔풍 역을 통해 각종 재주를 선보였다.
조진웅은 광대들이 다양한 재주를 펼친 이번 영화에 대해 “내가 연기를 했지만, 이런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 싶었다. 유쾌함이 담긴 영화인 것 같다”고 만족했다.
김 감독 또한 “과감한 시도들을 했다. 장면이나 대사들, 소품, 사운드도 그렇고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보여주려고 했다.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시청각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해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하게 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손현주는 풍문 조작단의 기획자이자 한명회 역을 맡아 야심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악역 연기를 위해 귀를 실리콘으로 덧대는 등 외적인 변신도 시도했다. 이에 대해 “수염과 귀는 한명회의 강인한 모습을 위한 장치였다. 분장하는 데 2시간 걸렸다. 제일 일찍 나와 준비를 했다. 그게 싫어서 3일 동안 붙이고 다닌 적도 있다. 길게는 일주일도 붙인 기억이 있다. 그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분장팀과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 결정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어 캐릭터 성격에 대해서도 “많은 배우들이 한명회 역할을 했다. 하지만 광대들을 캐스팅하고, 세조의 미담을 그려냈다는 설정은 없었을 것이다. 광대들도 열심히 했고, 공신은 공신대로 열심히 했다”고 했다.
세조 역을 맡은 박희순은 집권 말기 혼란에 사로잡힌 왕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세조를 연기했지만, 나는 집권 말기라 병약한 모습을 그려야 했다. 하지만 무조건 약하게만 그리기에는 그동안 보여준 세조의 이미지가 컸다. 그 속에 강인함과 회한, 반성과 같은 여러 감정이 섞여 있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지만 후임으로 아들이 왕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 신하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다. 어긋난 부성애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차별점을 말했다.
‘광대들’은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