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상해에 갔을 적 이야기다. 첫 상해 여행이었던 조카는 나름 ‘맛집’이라고 평가받는 몇 곳을 검색해 왔다. 상해에 있는 후배에게 물었다. (한국어를 잘 아는 중국 현지 사람이다)
“모르겠는데요. 혹시 저만 모르는 것일 수 있으니 친구들에게 연락해 볼게요. (전화) 친구들도 모르겠다는데요. 잠시만요, 회사 사람들에게 물어볼게요. (전화) 회사 사람들도 모르겠다는데요. 그거 어디서 추천한 거예요.”
결론적으로 조카가 찾은 그 음식점은 현지인들은 잘 몰랐다. 결국 첫날은 후배가 추천한 곳에서 운남식 요리를 맛봤다. 다음날 저녁, 자신이 찾은 음식점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워 한 조카를 데리고 결국 그 ‘유명 식당’을 찾았다. 이곳저곳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동파육과 몇몇 음식을 시켰는데, 조카는 기대가 컸는지 실망이 컸다. 인터넷에는 칭찬하는 글이 많긴 했지만, 그 글을 보고 가서 실망했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입맛이 다를 뿐이지, 그 음식점을 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국인이 늘 북적이는 홍대입구역 앞에 위치한 식당들 메뉴판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어, 중국어로도 적혀있다. 그런데 가끔 의아한 장면이 있다. 나와 내 지인들이 인정(?)한 ‘그냥 그런 음식점’에 항상 외국인들이 꽉 차 있는 것이다. 가성비로는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맛있는 집으로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의 이야기로는 외국인들에게 ‘홍대 맛집’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돈을 주고 외국인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인터넷에서 작업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집은 언제나 ‘We are the world’의 공간이다. 외국인들 입맛에는 그 음식들이 맛있나 보다. 아니면 신기하거나.
여기서도 똑같이 결론 내렸다. 나와 내 지인들과 외국인들의 입맛이 다를 뿐이지, 음식점의 문제가 아니다.
상해와 홍대앞 음식점을 이야기 했지만,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제주도에 나름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 갔다가 제주도 토박이 지인에게 구박(?)을 받았다. 그 맛없는 곳을 왜 가냐고 말이다. 부산에서 소문난 밀면 가게를 찾았다가 부산 토박이에게도 한마디 들었다. 자신들은 거기 맛없어서 안 간다고 말이다. 공주에 가면서 전국 어쩌구하는 짬뽕집을 가려 했더니, 후배가 말한다. 거기 맛 없어진지 오래인데, 사람들이 옛 소문만 듣고 찾아와 맛있다고 한다고. 춘천에서 닭갈비 먹는다고 했더니, 춘천 지인이 나보고 촌스럽다고 한다. 속초에 가서 이름난 홍게집을 찾았더니, 지인이 한숨 쉬면서 속초에서 뭐 먹을 때는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한다. 보은에서 순댓국을 먹었는데, 그곳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후배가 제발 아무 곳(?)에서나 먹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물론 나와 함께 한 지인들도 ‘맛있는데 왜 그래’라는 반응을 보인다.
사실 모두가 동일하게 느끼는 ‘맛집’이 있을까 싶다. 음식 평가에 관해 인지도가 있는 몇몇이 주장하는 ‘맛집’만 있다고 본다. 음식에 대한 경험이 다르고, 입맛이 다른데 어떻게 ‘동일한 맛집’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냥 내가 맛있게 혹은 맛없게 먹었던 음식점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가끔 이 ‘맛집’을 놓고 논쟁을 벌이거나 타박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특히 그 ‘맛집’을 혹평할 경우 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우스운 일이다. “배고플 때 가는 집이 맛집”이라는 어느 이의 말이 정답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