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시민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기억나는 독립운동가가 있습니까?”

시민들은 대답한다. 유관순, 윤봉길, 김구, 안중근. 제작진은 다시 묻는다. “또요?” 사람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제작진이 다시 묻는다.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 중 33명이 생존해 계시는데, 알고 있었느냐” 시민들은 대답한다. “아니요. 모르고 있었다.”

‘독립운동 맞습니다’ 정상규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국가보훈처에서 놀라운 통계자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독립운동가로 지정된 사람은 15454명+5713명입니다. 15454명은 서훈을 받고 후손까지 인정된 인물들이며, 5713명은 독립운동가로 지정이 되었으나 후손이 끊기거나, 후손을 찾지 못해 건국훈장을 건네주지 못하고 국가가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에 나와 있는 9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들을 확인해보니 여기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가는 평균 20명이었습니다.”

‘독립운동 맞습니다’는 독립운동은 했지만, 서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교과서는 물론 국가보훈처 2만 1167명에서도 이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정 작가는 6년간 514명의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났고, 32명을 책에 담았다. 그리고 서훈을 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지적한다.

책에 등장하는 32명의 이야기는 저자의 말대로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해방 직후 독재자의 목숨을 노렸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악질친일파 출신 경찰들에게 살려고 북에 갔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지 못했다.

김원봉을 비롯한 많은 독립운동가를 일제 강점기에도, 해방 후에도 고문하고 괴롭혔던 친일 경찰의 대명사 노덕술도 대한민국 정부에서 3개의 훈장을 받았다. 친일파는 훈장을 받는 반면, 독립운동가는 말도 안되는 여러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하는 나라인 셈이다.

‘독립운동 맞습니다’에 거론된 독립운동가의 삶은 앞서 언급했듯이 한명 한명이 영화이고, 숭고한 삶이었고, 대한민국의 역사다. 정 작가의 기록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명문가’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운동 맞습니다’에는 정진완, 박재선, 박상열, 문형순, 김용이, 김시현, 김순이, 김명시, 김두칠, 김가진, 박진목, 백인제, 안맥결, 안성녀, 차경규, 이춘상, 조복애, 조옥래, 신홍균, 신현표, 양귀념, 이기홍, 홍재하, 홍면옥, 허형식, 허창일, 김동순, 최종순, 최능진, 조봉암, 김원봉, 이양전의 삶이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