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스와포메틱 홈페이지
요즘 다양한 자판기를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게 매점 대신 자리한 과자 판매기죠. 화장실에는 여러 위생용품을 파는 자판기를 볼 수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한켠에는 생화를 판매, 즉석에서 꽃을 살 수 있는 로맨틱한 자판기도 있습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돈만 지불하면 필요한 물품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는 시스템이 바로 자판기죠.
이런 자판기의 용도가 환경과 나눔이라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데에 쓰이기도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뉴욕에서 2010년 설치돼 열풍을 일으켰던 물물교환 자판기 스와포메틱(swap-o-matic)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자판기는 기부도 되고 물품 교환도 되는 아주 영특한 물건입니다. 프리마켓과 자판기의 장점을 접목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처음 이 발상을 한 이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학생이었던 리나 페네키토(Lina Fenequito). 그가 졸업작품으로 제출한 아이디어를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현실화시킨 것이죠.
스와포메틱은 벼룩시장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물건을 기부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필요한 물품이 있는 이가 자판기 앞에 서서 기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용자가 자신에게 필요없는 물품을 기부하고 자판기 속에 비치돼 있는 것 중 필요한 걸 교환해갈 수도 있죠.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사진=리나 페네키토 업로드 영상 캡처
스와포메틱 자판기 이용법을 보겠습니다. 자판기 스크린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기부나 교환, 기부받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후는 안내창이 이끄는 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기부하는 건 가능하겠는데 필요한 물품이 자판기에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요? 괜히 전문가들이 투입돼 만든 게 아니겠죠. 스와포메틱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판기 안에 든 물건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원하는 물품이 있는 자판기를 찾아가 기부하고 교환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 원하는 물품이 스와포메틱 자판기 안에 있는데 교환할 물품이 없을 때에는 1크레딧을 사용자 계정으로 적립해줍니다. 기부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기도 한데 고급물건, 새 물건, 저렴한 물건 등 어떤 물건도 1개 기부할 때 1크레딧이 적립되도록 크레딧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물건을 가져가기만 할 때는 1크레딧이 사용되고, 물품 1건을 기부하고 교환해 갈때는 크레딧 없이 이용이 가능합니다.
아주 오래 전 인류는 서로에게 필요한 물품을 맞바꾸며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니즈가 다를 때가 많기에 이 방식은 단점이 더 많았고 고심 끝에 화폐가 생겨난 것이죠. 스와포메틱 자판기는 우리 유전자가 기억하는 물물교환 시스템을 현대 시대에 안성맞춤인 방식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더욱이 프리마켓에 대한 정보도 알기 힘들고, 일정을 맞춰 나서기도 힘든 사람들에겐 필요할 때마다 찾을 수 있는 자판기가 고마운 존재였을 겁니다.
특히 스와포메틱 자판기는 기부가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쉽게 이용이 가능하게 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기부가 가능하기에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물품들을 기부할 수 있고요, 필요한 물건 교환이 가능하기에 쓰레기를 줄여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죠. 이에 더해 사놓고 쓰지 않는 물품을 기부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소비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기도 할테니 그야말로 일석삼조 자판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