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OCN
OCN 새 수목드라마 ‘달리는 조사관’이 누구도 도와주지 못하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주목했다. 일종의 휴먼드라마이자 공익드라마의 정체성이 눈에 띄었다. 소수 혹은 약자들의 편에 서서 강자들의 권력에 호도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현실적이면서도 피부에 와 닿는 에피소드 사이에서 따듯함이 묻어났다.
마치 일부 정치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로 첫 출발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최종복 시장이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인권증진위원회 피진정인으로 등장했다. 비서는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고, 시장은 “증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시장의 날카로운 공격에도 냉철함을 유지하는 한윤서(이요원 분)의 면모가 돋보이는 시퀀스였다. 한윤서는 시장의 운전기사를 찾아가 증언과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확보하면서 최종복 시장을 사퇴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가운데 인권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배홍태(최귀화 분) 검사가 인권증진위원회로 오게 되면서 한윤서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과정과 함께 경찰을 믿지 못해 인권증진위원회를 찾아왔다며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대기업 직원의 사연까지 이어지면서 첫 방송은 마무리됐다.
‘달리는 조사관’은 그간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는 다루지 않았던 ‘인권’을 소재로 차별화된 재미를 이끌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모티브로 한 인권증진위원회라는 가상의 조직을 내세우면서, 뉴스로 접해본 듯한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채웠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인권을 우리의 삶과 생활의 이야기로 끌어와 공감을 자아냈다.
배우들의 연기도 첫 화만 보면 합격점이다. 이요원은 철저히 팩트만을 가지고 조사하는 원칙주의 한윤서를 날카롭게 그려냈고, 행동파 조사관 배홍태로 분한 최귀화는 무게감 있는 얼굴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능청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김현석을 연기한 장현성의 유연함과 노련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안경숙 역의 오미희까지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에피소드를 가볍게 풀어낸 김용수 감독의 연출력과 진정인과 피진정인의 진술 공방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 부분과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 점도 이 드라마가 보여준 장점이다.
비록 첫 방송은 1.2%로 다른 방송 ‘동백꽃 필 무렵’(7.4%), SBS ‘시크릿 부티크’(4.6%)에 비해 불리하게 출발했지만, 장점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