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사옥 (사진=기아자동차)
“왜 자꾸 애플이 뿔났다고 하나? 현대‧기아차는 호랑이다. 호랑이가 고양이 밑으로 들어갈 수 있나?”
현대‧기아차가 애플과의 전기차 제조 협업에 있어서 애플이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언론 보도 방향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독자들의 일침이 눈에 띈다. 실제로 7일과 8일 쏟아진 언론보도의 주된 내용은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전략이 유지되지 않아 애플이 현대차와의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뿔난 애플이 현대차와의 협업을 전면 재고한다는 뉘앙스의 보도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작에 있어서도 절대 우위에서 주도권을 쥐고 생산 업체를 콘트롤해 왔다. 이 때문에 전기차 제작을 위한 파트너사와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애플에게 주도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계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애플과의 기 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협상 중단 건은 애플의 과도한 신비주의와 완성차 기업의 텃새가 협상 자리를 급랭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애플이 내거는 조건에 맞춰 협업 가능한 완성차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인 만큼 현대차 그룹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애플카 콘셉트 이미지 (사진=애플)
■ 오락가락 외신보도, 애플이 뿔났다?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지난 8일부터 한 달 동안 주식 차트에 빨간 불을 켰던 ‘애플카’ 협업 소식을 사실상 부인했다. 8일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내용을 공시하고 그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고수하며 주가를 끌어 올렸던 애매한 입장을 매듭지은 셈이다.
외신들의 엇갈린 보도와 분석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미국 현지시간)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최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상 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는 비하인드스토리까지 전해졌다. 수년간 개발 프로젝트와 공급 업체에 대한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전기차 관련 논의 소식이 한국의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자 화가 났을 것이란 분석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반해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아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애플카를 조립하기 위해 잠재적 파트너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도 미국 조지아주의 기아 조립공장에서 애플 브랜드를 단 자율주행 전기차를 제조하기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4일 보도했다.
■ 시가총액 12조원 증발, 저가 매수 의견도
현대‧기아차의 애플카 협업 관련 공시는 하루 전인 7일부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양사의 주가가 애플과의 전기차 협업 소식으로 급등해온 만큼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던 탓이다.
지난달 8일 애플이 애플카 출시를 위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일 현대차(19.42%)를 비롯해 기아(8.41%), 현대모비스(18.06%), 현대위아(21.33%)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차그룹 관련주 시총은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애플카 보도가 처음 나온 지난달 8일 이전 시총(107조9천억원)에 비해 약 31조원, 29% 불어났다.
애플과의 협상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8일 오전부터 기아와 현대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주가 동반 폭락세다. 기아 주가는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만3900원(13.69%) 떨어진 8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도 5.21%(1만3000원) 내린 23만6500원을 기록 중이다. 두 회사에서만 시가총액이 9조2000억원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9일 현대‧기아차가 애플카 관련 재공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관련주 매도에 신중을 기라하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카 협업 부인으로 하락한 현재 저가 매수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