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선수들에게 중요한 장비는?" 현대 올림픽을 보면 자주 나오는 멘트가 있다. "스포츠도 점점 과학과 만나 발전한다"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마찰력이 덜한 수영복, 곡선을 돌 때 최대한 마찰을 줄이는 스케이트 등. 물론 승부는 선수들의 능력에 따라 갈리지만 그 능력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것이 현대 스포츠 과학으로 탄생한 장비들이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 선수.(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양궁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신기원을 썼다. 전종목 금메달은 물론 여자 양궁 올림픽 10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양궁은 올림픽에서 항상 효자 종목이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양궁선수들의 뛰어난 실력덕분이다. '양궁은 효자종목'이라는 응원같지만 부담을 주는 멘트에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선수들의 능력이다. 여기에 최고가 되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필요한 장비의 능력도 필수다. 이미 이번 올림픽에서도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다양한 훈련 장비 등이 양궁 금자탑의 조력자였다. 올림픽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영 선수들의 수영복 트렌드가 바뀌는 것도 비슷하다. 그런 와중에 산업계의 오래 된 화두 중 하나인 '혁신'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실 혁신은 많은 세대에서 발전을 위한 용어로 선택됐으면서도, 뻔한 '단어'로도 꼽히는 용어다. 올림픽과 산업을 보면서 필자에게서 혁신을 끌어낸 아이템은 '신발'이다. 활쏘기를 가장 잘 보여준 드라마 '주몽'부터, 그리고 우리나라 궁수가 세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시절, 심지어 세계 최강 양국 강국이 된 지금에도 '신발'은 주목받지 못한, 아니 전혀 보이지 않는 품목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이름도 생소한 '양궁화'는 여러 스포츠 기술들과 함께 한국 양궁에 큰 힘을 보탰다. '양궁 장비'라고 하면 활, 화살, 그리고 보호대, (가끔 우리 선수들이 붙인 보호밴드) 등을 떠올린다. 선수들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이 장비들의 개선, 그리고 훈련 환경 발전 등으로 대표된다. 이런 와중에 핵심장비가 아닌 밑바탕을 받쳐주는 장비에 신경을 쓴 기업인이 있다. 지금은 전문경영인에게 그룹을 맡기고 물러난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다. 그는 언젠가 양궁 경기를 보는데, 세계 최고라는 한국 선수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 자신에게 너무 익숙한 등산화였던 것이다. 일반인들이 취미로 산에 갈 때도 전문 등산화를 신고, 걸을 때도 워킹화를 착용하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궁 선수들이 '양궁화'가 아닌 '등산화'를 신고 세계 무대에 선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골프화도 있고, 테니스화도 있는데 양궁화는 왜 없냐"고 양궁화 개발 필요성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고민이 결국 코오롱을 세계 최초 양궁화 개발 업체로 만들었다. 이 신발은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 선수들의 '진정한 버팀목'이 됐다. 코오롱에서 개발한 양궁화는 정확한 조준을 위해 지면과의 접지력을 높이는 미끄럼 방지 기능과 발등 부분의 유연성을 높이는 기술력이 도입됐다. 양궁화 개발 과정에서 코오롱은 국가대표, 회사 소속 선수들과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며 안정성, 접지력, 착화감 등을 맞춰나갔다. 이우석 선수는 '신발 앞쪽을 평평하게 해달라' '신발의 밸런스를 잡아달라' 등 아이디어를 제공했다.양궁화는 실제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한 양궁화를 신고 나서 선수들 몸에 안정감이 잡히고 잔 진동이 줄어들며 점수가 1~2점씩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개인전 3관왕인 김우진 선수도 "지금껏 신어본 신발 중 최고"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뭔가 경쟁사와 다른 것을 뽑아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똑같이 혁신을 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한다. 많은 이들이 양궁에서 혁신을 주문하면 활과 화살의 개선에 집중한다. 선수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 '등산화'인지 '골프화'인지 관심 갖는 경우는 드물다. 이럴 때 양궁에 적합한 신발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혁신의 하나가 아닐까.

[데스크칼럼] 혁신 "모두 '활'을 볼 때 '신발'을 보는 것"

백진엽 기자 승인 2024.10.03 08:00 | 최종 수정 2024.10.03 12:41 의견 0

"양궁 선수들에게 중요한 장비는?"

현대 올림픽을 보면 자주 나오는 멘트가 있다. "스포츠도 점점 과학과 만나 발전한다"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마찰력이 덜한 수영복, 곡선을 돌 때 최대한 마찰을 줄이는 스케이트 등. 물론 승부는 선수들의 능력에 따라 갈리지만 그 능력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것이 현대 스포츠 과학으로 탄생한 장비들이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 선수.(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양궁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신기원을 썼다. 전종목 금메달은 물론 여자 양궁 올림픽 10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양궁은 올림픽에서 항상 효자 종목이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양궁선수들의 뛰어난 실력덕분이다. '양궁은 효자종목'이라는 응원같지만 부담을 주는 멘트에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선수들의 능력이다.

여기에 최고가 되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필요한 장비의 능력도 필수다. 이미 이번 올림픽에서도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다양한 훈련 장비 등이 양궁 금자탑의 조력자였다. 올림픽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영 선수들의 수영복 트렌드가 바뀌는 것도 비슷하다.

그런 와중에 산업계의 오래 된 화두 중 하나인 '혁신'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실 혁신은 많은 세대에서 발전을 위한 용어로 선택됐으면서도, 뻔한 '단어'로도 꼽히는 용어다.

올림픽과 산업을 보면서 필자에게서 혁신을 끌어낸 아이템은 '신발'이다. 활쏘기를 가장 잘 보여준 드라마 '주몽'부터, 그리고 우리나라 궁수가 세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시절, 심지어 세계 최강 양국 강국이 된 지금에도 '신발'은 주목받지 못한, 아니 전혀 보이지 않는 품목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이름도 생소한 '양궁화'는 여러 스포츠 기술들과 함께 한국 양궁에 큰 힘을 보탰다.

'양궁 장비'라고 하면 활, 화살, 그리고 보호대, (가끔 우리 선수들이 붙인 보호밴드) 등을 떠올린다. 선수들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이 장비들의 개선, 그리고 훈련 환경 발전 등으로 대표된다.

이런 와중에 핵심장비가 아닌 밑바탕을 받쳐주는 장비에 신경을 쓴 기업인이 있다. 지금은 전문경영인에게 그룹을 맡기고 물러난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다. 그는 언젠가 양궁 경기를 보는데, 세계 최고라는 한국 선수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 자신에게 너무 익숙한 등산화였던 것이다.

일반인들이 취미로 산에 갈 때도 전문 등산화를 신고, 걸을 때도 워킹화를 착용하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궁 선수들이 '양궁화'가 아닌 '등산화'를 신고 세계 무대에 선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골프화도 있고, 테니스화도 있는데 양궁화는 왜 없냐"고 양궁화 개발 필요성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고민이 결국 코오롱을 세계 최초 양궁화 개발 업체로 만들었다. 이 신발은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 선수들의 '진정한 버팀목'이 됐다.

코오롱에서 개발한 양궁화는 정확한 조준을 위해 지면과의 접지력을 높이는 미끄럼 방지 기능과 발등 부분의 유연성을 높이는 기술력이 도입됐다. 양궁화 개발 과정에서 코오롱은 국가대표, 회사 소속 선수들과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며 안정성, 접지력, 착화감 등을 맞춰나갔다.

이우석 선수는 '신발 앞쪽을 평평하게 해달라' '신발의 밸런스를 잡아달라' 등 아이디어를 제공했다.양궁화는 실제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한 양궁화를 신고 나서 선수들 몸에 안정감이 잡히고 잔 진동이 줄어들며 점수가 1~2점씩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개인전 3관왕인 김우진 선수도 "지금껏 신어본 신발 중 최고"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뭔가 경쟁사와 다른 것을 뽑아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똑같이 혁신을 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한다.

많은 이들이 양궁에서 혁신을 주문하면 활과 화살의 개선에 집중한다. 선수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 '등산화'인지 '골프화'인지 관심 갖는 경우는 드물다. 이럴 때 양궁에 적합한 신발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혁신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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