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뉴진스 멤버 하니./연합뉴스 [보도자료] 뉴진스 팬들, 김주영 어도어 대표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 접수 지난 10일 '반희수' 명의로 배포된 보도자료입니다. '반희수'는 뉴진스의 팬덤명인 '바니스'를 의인화 한 이름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담당 기자도 아닌 저에게까지 보낸 것을 보면 팬들의 열의가 상당해 보입니다. 또 한번 놀란 건 보도자료의 '퀄리티'입니다. 단순히 팬덤에서 만든 자료라고 하기엔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등 짜임새가 탄탄했습니다. 일각에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손을 댔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지난 15일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후에도 '반희수'는 발빠르게 관련 내용을 성명으로 정리해 보냈습니다. 뉴진스 팬덤 버니즈 성명, "부당한 일에 맞서 목소리를 낸 하니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비겁하게 숨어있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직접 나와라." 해당 이메일을 바니스 팬덤에서 자체적으로 보냈는지, 민희진 전 대표 측 손길이 닿았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핵심은, '바니스'의 이름을 감히 쓸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팬덤'이 생명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돈줄은 '팬'들로부터 나옵니다. 대형 콘서트 티켓 뿐 아니라, 포카(포토카드) 한장을 팔더라도 그 대상은 '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팬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대우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팬덤을 성립시키는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번 국감에서 하니는 하이브 내에서 뉴진스가 '왕따'를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팬덤의 입장에서 이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나의 스타가 '못 본 척 무시'를 당한다면 참을 수 있을까요. 하니가 눈물을 흘린 순간 '반희수'도 같이 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일 하니의 국감 출석 관련 보도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국감이 장난이냐"에서부터 "하이브가 돈 벌어줬는데 괘씸하다"까지 하니를 몰아세우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진짜 여론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기업 차원의 대응이라면 전략적 오판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 기업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일반 여론이라기보단 직접적으로 기업에 돈을 쓰는 '팬덤'일 테니까요. 물론 그 어떤 '관리'도 많이 늦어버리긴 했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싸움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제작자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볼 수 만은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돈맥이 흐르는 파이프라인을 고려했을 때, 하이브는 이겨도 지는 싸움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평판'의 문제입니다. 일명 '민희진 사태' 이후 하이브 주가가 바닥을 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하이브와 손 잡은 기업들의 피해입니다. '두나무'의 경우 2021년 하이브와 손 잡고 NFT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상품과 전략은 다양하겠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아티스트의 포카를 NFT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당시 방시혁 의장은 두 회사의 파트너십을 설명하면서, 포토카드의 예를 들었습니다. 위버스와 같은 팬 커뮤니티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NFT가 수집, 교환, 전시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포부였습니다. 하이브와 두나무는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두나무는 하이브에 7000억원을, 하이브는 두나무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혈맹'입니다. 혈맹의 결과가 현재로선 큰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BTS 멤버들의 군복무로 인한 공백에 더해, 민희진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이브의 리스크가 두나무로도 일부 옮겨 붙은 모양새입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올 상반기 지분법 손실은 118억원으로 전년동기(72억원) 대비 46억원 증가했습니다. 상반기에는 하이브에서 50억원 손실이, 하반기에는 하이브와의 합작법인 레벨스에서 40억원 지분법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레벨스는 소속 가수들의 상품을 NFT로 발행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상장법인입니다. NFT 시장이 쪼그라진 시점에서 하이브의 아티스트 관리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팬덤의 마음을 다시 얻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두나무와 하이브는 오는 11월 23일까지 서로의 지분을 팔 수 없는 주식양도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투자업계에선 "쌍방 손해"로 평가합니다. 하이브가 발행했던 전환사채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 비율도 100%에 육박하면서, 하이브는 조기상환일인 11월 5일까지 투자금 약 3998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CB 발행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도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한푼도 벌지 못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하이브의 리스크가 여러모로 '혈맹'들에게 많은 출혈을 야기했습니다. 어쨌든 간에, 미래가 중요합니다. 방시혁 의장의 과거 포부처럼 다시 팬덤이 '안전한 방식'으로 돈을 쓰게 될까요. 한마디로 포카든 NFT든 기업이 짠 판에서 돈이 굴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소속사에 정을 뗀 팬덤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공산이 커 보입니다. 포카 정도는 '재능 기부'로 만들어서 '무료 나눔'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대형 콘서트장에 가보면 새벽부터 진을 치고 포카를 무료나눔을 하는 팬들로 북적입니다. '퀄리티' 높은 보도자료도 실시간으로 척척 써내는 '반희수'의 마음을 돌려 돈을 버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기자수첩] 뉴진스 국감 등판, 하이브가 잃은 것들

뉴진스 팬덤 바니스, '반희수' 명의로 기자들에 보도자료 배포
아이돌의 국감 출석 + 팬덤의 보도자료 = 실질적 권력
하이브와 NFT 동맹 두나무, 방시혁 평판·아티스트 부실 관리 '리스크'

황보람 기자 승인 2024.10.16 17:44 | 최종 수정 2024.10.16 18:02 의견 0
지난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뉴진스 멤버 하니./연합뉴스

[보도자료] 뉴진스 팬들, 김주영 어도어 대표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 접수

지난 10일 '반희수' 명의로 배포된 보도자료입니다. '반희수'는 뉴진스의 팬덤명인 '바니스'를 의인화 한 이름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담당 기자도 아닌 저에게까지 보낸 것을 보면 팬들의 열의가 상당해 보입니다.

또 한번 놀란 건 보도자료의 '퀄리티'입니다. 단순히 팬덤에서 만든 자료라고 하기엔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등 짜임새가 탄탄했습니다. 일각에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손을 댔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지난 15일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후에도 '반희수'는 발빠르게 관련 내용을 성명으로 정리해 보냈습니다.

뉴진스 팬덤 버니즈 성명, "부당한 일에 맞서 목소리를 낸 하니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비겁하게 숨어있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직접 나와라."

해당 이메일을 바니스 팬덤에서 자체적으로 보냈는지, 민희진 전 대표 측 손길이 닿았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핵심은, '바니스'의 이름을 감히 쓸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팬덤'이 생명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돈줄은 '팬'들로부터 나옵니다. 대형 콘서트 티켓 뿐 아니라, 포카(포토카드) 한장을 팔더라도 그 대상은 '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팬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대우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팬덤을 성립시키는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번 국감에서 하니는 하이브 내에서 뉴진스가 '왕따'를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팬덤의 입장에서 이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나의 스타가 '못 본 척 무시'를 당한다면 참을 수 있을까요. 하니가 눈물을 흘린 순간 '반희수'도 같이 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일 하니의 국감 출석 관련 보도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국감이 장난이냐"에서부터 "하이브가 돈 벌어줬는데 괘씸하다"까지 하니를 몰아세우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진짜 여론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기업 차원의 대응이라면 전략적 오판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 기업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일반 여론이라기보단 직접적으로 기업에 돈을 쓰는 '팬덤'일 테니까요. 물론 그 어떤 '관리'도 많이 늦어버리긴 했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의 싸움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제작자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볼 수 만은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돈맥이 흐르는 파이프라인을 고려했을 때, 하이브는 이겨도 지는 싸움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평판'의 문제입니다.

일명 '민희진 사태' 이후 하이브 주가가 바닥을 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하이브와 손 잡은 기업들의 피해입니다. '두나무'의 경우 2021년 하이브와 손 잡고 NFT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상품과 전략은 다양하겠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아티스트의 포카를 NFT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당시 방시혁 의장은 두 회사의 파트너십을 설명하면서, 포토카드의 예를 들었습니다. 위버스와 같은 팬 커뮤니티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NFT가 수집, 교환, 전시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포부였습니다.

하이브와 두나무는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두나무는 하이브에 7000억원을, 하이브는 두나무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혈맹'입니다.

혈맹의 결과가 현재로선 큰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BTS 멤버들의 군복무로 인한 공백에 더해, 민희진 사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하이브의 리스크가 두나무로도 일부 옮겨 붙은 모양새입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의 올 상반기 지분법 손실은 118억원으로 전년동기(72억원) 대비 46억원 증가했습니다. 상반기에는 하이브에서 50억원 손실이, 하반기에는 하이브와의 합작법인 레벨스에서 40억원 지분법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레벨스는 소속 가수들의 상품을 NFT로 발행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상장법인입니다. NFT 시장이 쪼그라진 시점에서 하이브의 아티스트 관리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팬덤의 마음을 다시 얻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두나무와 하이브는 오는 11월 23일까지 서로의 지분을 팔 수 없는 주식양도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투자업계에선 "쌍방 손해"로 평가합니다. 하이브가 발행했던 전환사채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 비율도 100%에 육박하면서, 하이브는 조기상환일인 11월 5일까지 투자금 약 3998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CB 발행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도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한푼도 벌지 못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하이브의 리스크가 여러모로 '혈맹'들에게 많은 출혈을 야기했습니다.

어쨌든 간에, 미래가 중요합니다. 방시혁 의장의 과거 포부처럼 다시 팬덤이 '안전한 방식'으로 돈을 쓰게 될까요. 한마디로 포카든 NFT든 기업이 짠 판에서 돈이 굴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소속사에 정을 뗀 팬덤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공산이 커 보입니다. 포카 정도는 '재능 기부'로 만들어서 '무료 나눔'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대형 콘서트장에 가보면 새벽부터 진을 치고 포카를 무료나눔을 하는 팬들로 북적입니다. '퀄리티' 높은 보도자료도 실시간으로 척척 써내는 '반희수'의 마음을 돌려 돈을 버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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