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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에 땅 투기를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재산 몰수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공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는 땅 투기 공직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열렸다.
법안은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이나 이들이 취한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게 한다. 또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재산을 몰수·추징하는 조항과 관련해 이번 사건 장본인들에 대해 소급적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의원들 사이에서 말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김교흥 의원이나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은 소급 적용 방안을 주장했으나 소위원장이자 법조인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 소급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소급 적용을 주장한 이들은 '친일재산귀속특별법'을 근거로 LH 직원들의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친일재산귀속특별법'은 친일파가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는 법률로 소급 적용이 이루어지며 위헌 논란도 있었다. 실제로 2008년 친일파 후손들은 해당 법을 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의원 역시 친일파 재산 몰수는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당시 처벌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연법으로 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를 당시엔 처벌하는 법이 없었지만 자연법으로 봐도 분명히 범행에 해당하고 양심의 가책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후에 처벌조항이 생겼을 때 소급효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H 직원들이 공직자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일제시대 친일파처럼 재산 몰수를 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안이 아니고서는 헌법에 반한다는 판단이다.
조 의원은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생각하면 소급효를 하면 시원하겠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조 의원은 "이들의 농지 취득 자격을 제한과 대토보상에서 제외 등을 통해 토지 몰수에 유사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형벌의 경우 소급 적용을 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이미 정계 안팎에서 나왔다.
헌법 13조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따르면 형법에서는 사후 입법의 소급효를 금지한다. 소급효란 법적 효력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 역시 LH 직원들의 땅투기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성을 말하며 "우리 헌법의 소급 적용 위반의 원칙도 조금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땅 투기를 한 LH 직원들의 재산 몰수 등 강력한 처벌은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한 부분이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 역시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징역이나 벌금 등 일부 형벌 조항에 대해서 소급 적용을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LH 직원들의 이익환수에 대한 법률을 마련하는 것으로 우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익환수는 형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소급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익의 전면적인 환수는 수사를 통한 법적 처벌로도 가능하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LH 투기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통해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수사를 통해 입증되면 투기이익에 대한 몰수와 추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익 환수 외에는 당장은 LH 직원 등의 범죄 혐의가 입증됐을 때 이들이 사들인 땅을 몰수하거나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LH 관계자는 "관련 내부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으나 제도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법 제도에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