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이 최근 실손보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신한생명, KB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적자가 꾸준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17개 생명보험사 중 10개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지난해 3월부터 설계사 채널의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팔다 지난해 말 이 또한 중지했다. 현재 신한생명은 기존 계약을 신 실손상품으로 전환할 때만 팔고 있다. 신규 가입을 막았기 때문에 사실상 판매를 중단한 셈이다.
오는 7월 신한생명과 통합을 앞둔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2012년 말부터 이미 실손을 팔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외에 라이나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KB생명, DB생명, 미래에셋생명이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ABL생명 등 7개사는 판매중이다. 다만 가입 연령을 크게 낮추는 등 가입 문턱을 높였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악사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중소형 3개사를 제외한 10개사가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손보사들도 가입연령을 낮추거나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한화생명은 판매 중단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 가입연령을 낮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보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손해율 악화로 적자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의 전체 실손보험 발생 손해액은 11조790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면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에 쓸 수 있는 위험 보험료는 9조734억원에 그쳤다. 결국 보험사 손실액은 2조7173억원까지 증가했다.
의료 이용량이 늘면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한 탓이다. 지난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되면서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단계적으로 급여로 전환됐다. 이에 실손보험 등을 판매하는 민간 보험사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더 나빠졌다. 의료기관이 수익을 내기 위해 또 다른 비급여 진료를 늘린 탓이다.
또 실손보험을 허위·과잉 청구하는 등의 보험 사기 급증도 손해액 증가의 이유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8809억원으로 전년(7982억원) 대비 827억원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 사기가 급증하면서 공·민영이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조사하는 협의회(TF팀)도 지난달 25일 구성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는 7월에 나오는 새 실손보험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일각에선 보험사의 위험률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도덕적인 부분과 의료계의 협조가 이어져야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결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