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쿠팡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영광과 환희, 곤혹을 오가고 있다. 올초 쿠팡이 나스닥 상장과 상장 첫날 주가 급등 소식이 신문지상을 장식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아마존과 비교되며 성공한 유니콘 기업으로 반짝였다. 그러나 그간 심심치 않게 들려왔던 노동자 사망 소식에 6월 이천 물류센터화재, 쿠팡이츠 가맹점주 사망 소식까지 더해지며 쿠팡에 위기가 닥쳤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과 쿠팡을 비교하며 ‘제2의 남양유업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 이후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쿠팡에 닥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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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의장이 한국 쿠팡 의장직을 사퇴했다. (사진=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쿠팡의 움직임이 부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쿠팡은 이후 화재 진압 과정에도 초기부터 대표이사가 현장에서 직접 비상대응팀을 구성한 뒤 화재 대응에 나섰다. 18일에는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족에 대한 조문, 유족에 대한 평생지원,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및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계획 수립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쿠팡이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힌 이유는 무엇일까.
■ 김범석 의장, 쿠팡 최고책임자지만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
먼저 사고 발생 당일 김범석 의장의 사내이사 사임 소식은 부정적인 여론 형성의 기폭제가 됐다. 사실상 김 의장이 사임한 시점은 5월 31일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 의장의 사임소식과 화재사고 소식이 겹치면서 화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임한 것처럼 오해가 생긴 것. 대형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물러난다는 발표를 한 것이 부적절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김범석 의장의 사임은 한국 쿠팡 한정되어 있다. 미국 쿠팡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기로 하면서 쿠팡에 대한 지배력 또한 유지되는 셈이다. 사실상 쿠팡을 지배하면서도 내년 1월 국내에서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종의 혜택을 얻어간 셈이다. 쿠팡의 최고책임자이면서 그간의 사망사고 등 인재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태도는 비난의 대상이 될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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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탈퇴 인증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고객 중심 좋지만 입점 업체 발언권도
여기에 지난 5월 서울의 한 분식집 주인 A씨가 블랙컨슈머에게 시달리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러 개의 새우튀김 중 하나에 대한 환불을 요구했다. 난감해 하던 A씨는 여러 차례 고객과 쿠팡이츠 측 전화를 받다가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쿠팡이츠 측은 고객 입장을 전달하면서 지속적으로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례는 쿠팡이츠 입점 업체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입점업체들은 고객들의 별점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업종 특성상 별점과 리뷰가 매출을 좌지우지 하는 만큼 업주들에게도 발언권이 있어야 하지만 쿠팡이츠에는 업주가 댓글을 달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이 억지 트집을 잡아 공짜 음식을 먹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쿠팡 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쿠팡이츠 입점 업체들은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배달료와 수수료, 일방적인 소비자 대응에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쿠팡 탈퇴 인증 운동이 번지면서 쿠팡 입점업체인 쇼핑몰 운영자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입점업체 점주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셀러오션’ 등에는 “쿠팡의 태도에 불만이 많았지만 참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쿠팡에서는 손을 떼려고 한다” 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쿠팡이츠는 22일 갑질 이용자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인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분들게 적절한 지원을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갑질 이용자의 악의적인 비난으로 피해를 받게 된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 ▲점주들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는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고 상담사에 대한 교육과 훈련 강화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 도입 ▲악성 리뷰에 대해 신속하게 노출이 되지 않도록(블라인드 처리) 신고 절차 개선 ▲공정한 리뷰 및 평가를 위해 점주가 제공하는 음식 만족도와 배달파트너가 제공하는 배달 만족도를 별도로 평가 ▲갑질 이용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점주 및 시민사회 등 각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해결책 마련 등의 개선 방향을 내놨다.
쿠팡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번 사태 수습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쿠팡 탈퇴 행렬에 동참하고 있고,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쌓인 분노와 스트레스가 쿠팡을 향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한 심리 전문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들은 오랫동안 행동과 생활 패턴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답답함과 우울감, 분노가 쌓여왔고 특정 대상을 향한 일종의 화풀이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로 쿠팡이 분노의 표적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