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쿠팡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영광과 환희, 곤혹을 오가고 있다. 올초 쿠팡이 나스닥 상장과 상장 첫날 주가 급등 소식이 신문지상을 장식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아마존과 비교되며 성공한 유니콘 기업으로 반짝였다. 그러나 그간 심심치 않게 들려왔던 노동자 사망 소식에 6월 이천 물류센터화재, 쿠팡이츠 가맹점주 사망 소식까지 더해지며 쿠팡에 위기가 닥쳤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과 쿠팡을 비교하며 ‘제2의 남양유업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고 이후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쿠팡에 닥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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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이천 물류센터 화재 현장. (사진=연합뉴스)
■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6일 그리고 사망한 소방관
지난17일 새벽에 시작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완전 진압에만 6일이 걸렸다. 화재 진압 중 발화점을 찾아 건물 내부로 들어갔던 소방관 1명이 숨진 채 발견되자 지켜보던 국민들의 애도가 물결쳤다.
화재 당일부터 진압에 나선 경기 이천소방서는 18일 잠시 진압을 멈추기도 했다. 건물 내부 H빔이 무너져 붕괴 우려가 있고, 내부 구조가 복잡해 진화 및 수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였다. 또 가연물이 쏟아져 내부에서 연소가 확대되고 있고, 건물 붕괴 우려로 고립된 소방대장에 대한 구조작업도 잠시 멈췄다.
일부 소방관들은 화재진압 현장에서 나오다가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팔이 골절되기도 했다. 고립됐던 소방대장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건물 지하 1, 2층을 태우던 불은 전날 오후 7시께부터 건물 전 층으로 확산한 뒤 밤새 맹렬한 기세로 타올라 현재는 건물 뼈대가 드러났다. 건물 내부에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 박스와 비닐, 스티커류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여전히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전 5시 20분께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12만7천178.58㎡ 규모의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0여 분만에 관할 소방서와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 경보를 발령, 장비 60여 대와 인력 150여 명을 동원해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섰다.
불은 발생 2시간 40여 분 만인 오전 8시 19분께 큰 불길이 잡히면서 다소 기세가 누그러졌고, 이에 따라 당국은 잔불 정리 작업을 하면서 앞서 발령한 경보를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50분께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해 낮 12시 14분에 대응 2단계가 재차 발령됐다.
소방당국은 22일이 돼서야 완전 진압을 선언했다. 화재 발생 6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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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인근 주민 접수처 (사진=쿠팡)
■ 발 빠르게 피해지원 나선 쿠팡, 인근 주민피해지원센터 하루 만에 150건 상담
화재 진압 직후 쿠팡은 발 빠르게 피해지원에 나섰다.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불편을 겪고 있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22일부터 현장 접수처를 마련하고 상담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선과 현장 접수로 진행 중인 피해지원센터에는 22일 하루 만에 150여 건의 상담 건수가 접수됐다.
접수된 피해사례에 대해서는 신속한 심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이번 화재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 가운데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주민피해지원센터로 피해내용을 신고하면 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농가 피해(농작물 등) ▲의료비 ▲분진에 따른 비닐하우스나 차량 등 자산 훼손 등에 대해 보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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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 캡처)
■ “불 났다고 말하니 양치기 소년 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폭로된 글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 최초 목격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재 현장 관리자들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A씨는 자신을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 발견한 노동자’라고 소개한 뒤 “17일 (오후) 5시 10분~15분경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다. 이어 5시 26분경 어디선가 계속 솟아오르는 연기를 목격했다. 진짜 불이 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는 “화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업무를 이어가던 다른 노동자들을 보며 ‘오작동이 아니다. 진짜 불이 났다’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관리자들은 “불난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퇴근이나 하라”며 화재 확인을 요청하는 A씨의 말을 묵살했다고 전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A씨는 또 다른 현장 관리자에게 이를 알렸지만 “원래 오작동이 잦다.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A씨는 2018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며 쿠팡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 조은시스템 “신고 묵살한 적 없어”…곧 바로 화재 사실 알리고 대피 지시
A씨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한 현장 폭로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미 쿠팡 탈퇴 운동이 시작됐고, 인터넷상에서는 ‘쿠팡탈퇴인증’이 해시태그를 달고 번져 나갔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보안을 담당했던 조은시스템은 사태 진압에 나섰다. 조은시스템은 23일 언론사에 입장문을 배포하고 “쿠팡 관계자(당사 보안요원)가 신고를 묵살하고 비아냥거렸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은시스템은 “이번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화재 신고 직후 보안 요원이 ‘본인이 알아서할 테니 퇴근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지만 당시 보안요원을 조사한 결과 그런 말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당시 보안요원은 ‘예 알겠습니다. 확인하겠습니다’고 말한 뒤 곧바로 무전을 통해 당시 조장에게 화재 사실 확인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 조장은 화재 사실을 직접 확인 한 후 대피를 지시했다. 또 1층 검색대에 있었던 보안요원은 내부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연기 등이 피어오르고, 움직이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바로 외부로 대피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