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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우건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로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한 말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기회가 평등하면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고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다.
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임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투기 사태 이후 문재인 정권을 향한 비난은 그 어느때보다 거셌다.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정권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들이 늘었다. 공정하지 못했던 LH 사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른 기폭제가 됐다.
공정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진 시점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보인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 결정에서도 공정이라는 화두가 다시 올랐다. 졸속 매각을 반대하는 대우건설 노조 측도 공정한 입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도 재입찰 결정은 공정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기이하게도 매각을 반대하는 쪽이나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키려는 쪽이나 모두 공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드시 매각을 성사시키려는 산업은행 측은 대우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에 가격 조정의 기회를 동일하게 줬다. 매각 무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고 평등한 기회를 줬으나 원칙이 훼손됐다. 양 측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 공정한 입찰이 필요하다는 KDB인베스트먼트의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KDB인베스트먼트가 특정 업체의 매각가 하향 조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매각은 무산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결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공정한 입찰을 위해서라는 해명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특정 업체가 가격을 비싸게 적은 뒤 싸게 사고 싶다고 버틴다면 차순위 업체에게 넘기는 게 원칙이다. 입찰 원칙이 훼손됐는데 공정할 수 있는가. KDB인베스트먼트도 이번 사태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대우건설 내부에도 철저히 입찰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대우건설 내부는 물론이고 인수 참여자에게도 정보 제공에 인색했다. 그런데 공정성 논란이 불을 붙자 외부에 해명을 내놓았다. 이 같은 KDB인베스트먼트의 행보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납득할지 의문이 생긴다.
언제까지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을 수는 없다. 산업은행도 대우건설 매각전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3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면 대우건설 경영 정상화에 힘썼던 탓이다. 산업은행이 계속 자금을 투입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말뿐인 '공정'이 가져올 후폭풍은 LH 사태에서도 충분히 봤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공정을 말하기보다는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반드시 매각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