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이전’이 또 대선 공약으로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금융권을 겨냥한 후보들의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국책은행 이전’이다. 지방 유권자를 잡기 위해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지만 공수표라는 지적도 강하다. 업계에서도 ‘소탐대실’이라며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낸다.

11일 금융·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수도권 공공기관 200여 곳 전부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KBD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이전 대상에 포함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달 15일 경상도 유세 당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공약은 과거부터 즐겨 쓰던(?) 금융권 공약 중 하나다. 앞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로 전북을 ‘제3 금융중심지’로 추진하겠다며 산업은행을 전북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20년 총선 때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이전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시 노사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청와대가 ‘산은, 기은 이전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꼬리를 내렸지만 연이은 공약은 금융권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연이은 실패에도 지속적으로 ‘국책은행 이전’ 카드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던지는 ‘공수표’ 공약이지만 효과는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도 좋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된 금융산업을 분산해 지방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은 만만치않다. 그간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부산 이전 공약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며 “이 같은 지방 이전설이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은행과 해당 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소탐대실’(작은 것을 탐하다 큰 손실을 입는다)이라는 것이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도 수출입은행장 시절 “수출입은행은 순이익의 6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해외 바이어나 외국 정부 관계자 접촉을 위해서도 서울이 낫다”며 지방 이전을 반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됐지만 아직도 많은 금융 업무가 대면으로 진행된다. 국가 금융의 근간이 되는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옮겨지면 업무 비효율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또 금융당국과 사금융사들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되면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인 국내 산업 지원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 위치하는 것이 지방 위치 대비 이점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카드는 결국 또 나왔다. 업계와의 대화 등 소통 없이 오로지 표심만을 위해 내놓는 공약은 결국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향후 발생할 큰 손실의 후폭풍은 국책은행 직원들이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으로 국민과 금융권 모두에게 실망을 주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