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마트 라부부 하이라이트 3세대 키링/사진=쇼핑몰 캡처

'라부부'라는 인형이 인기입니다. 어느날 불쑥 나타난 녀석이 어떻게 스토리 하나 없이 이토록 큰 사랑을 받는 지 궁금했습니다. 저처럼 트렌드에 느린 사람들은 '유행 강요'라고 느껴질 지경입니다.

사실 라부부가 폭발적인 인기를 탄 건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가 '팬' 인증을 한 직후부터입니다. 이후 라부부는 '품절대란'으로 소비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다가,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가방에 주렁주렁 라부부 키링을 달고 다닐 정도로 인기입니다.

라부부가 너무 인기가 많아 리사가 좋아하게 된 건지, 아니면 리사가 좋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인지 명확히 알 순 없습니다. 월드스타인 리사의 sns 계정을 한번 타려면 광고비가 몇억원이 든다는데...어쨌든 라부부 판매처 입장에선 참 영리한 마케팅이었습니다. 엔터 업계에서 주요 전략으로 쓰고 있는 '인기 있어서 인기있는 전략'을 제대로 구사한 셈이니까요.

'인기 있어서 인기있는 전략'은 인기가 있긴 한데, 왜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전략에서 인기는 '이유'가 아니라 '결과'로 나타납니다. 라부부가 왜 인기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해도, 모두가 꾸준히 찾는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인기가 입증되는 로직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혹은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라부부와 어쩐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도통 알 수도 없는데 투자자들의 마음을 휩씁니다. 은행과 핀테크 등 결제 업계는 앞뒤 가리지 않고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하며 선점 경쟁에 나섭니다. 사실 무엇을 선점하는 지 그 누구도 정확히 말하지 못하면서도.

업계에선 입법 등 제도 부재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글쎄요. 현재 국회서 논의 중인 것은 발행 주체와 담보 등 기본적 '조건'에 관한 것이지 '유통' 및 '활용'에 관한 사항은 아닙니다. 때문에 입법 속도와는 별개로 다양한 쓰임이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실사용'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누구나 스테이블코인을 카드 긁듯이 쓴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열기는 거품이 아니라 실재로 확인될 것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 사례를 보면, 현재로선 국내서 김치프리미엄을 활용한 트레이딩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환율 변동과 국내 가격 차를 이용한 일종의 환치기죠. 한 사람이 시스템 매매로 하루에도 수백번 거래를 일으키다보니 거래량이 착시로 잡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도 이러한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은 오죽할까요.

가까운 미래에 국내서 코인의 '실사용'을 체감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2026년 예금토큰으로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그동안 스테이블코인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왔는데요. 결과적으로 할만한 싸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기없는 한은 방식이 조만간 '전국민'에게 '실사용'될 테니까요.

한편 시끌벅적했던 라부부 열풍도 한차례 가라앉는 듯 합니다. 현재 라부부 인형들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리셀가를 보니 판매가 아래로 떨어졌네요. 인기 있어서 인기 있던 전략의 결과가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