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3개 주요 그룹 총수 주식재산은 올 1월 초 대비 3월 말 기준 5조원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 간 주식재산 성적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특히 같은 기간 세아그룹 이순형 회장은 주식평가액이 20% 가까이 불어나 미소를 지었지만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30% 정도 쪼그라들어 울상을 지었다.
그룹 총수 중에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가치가 최근 3개월 새 1조원 넘게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재산 순위 1위 자리를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1월 초 대비 3월 말 기준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도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72개 대기업집단 중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 넘는 그룹 총수 33명이다.
주식재산은 총수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경우와 함께 비(非)상장사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해당 그룹 상장 계열사 보유한 주식 현황도 포함했다. 비상장사의 경우 해당 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경우로 제한해 조사가 이뤄졌다. 우선주도 이번 조사 범위에 포함됐다. 주식평가액은 올 초(1월 3일)와 3월 말(3월 31일) 종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33개 그룹 총수의 1월 초 주식평가액은 64조6325억원이고 3월 말에는 59조7626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새 33곳 그룹 총수 주식재산 규모가 4조8699억원 정도 줄었다. 최근 3개월 새 7.5% 수준으로 주식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참고로 올해 1월 말(1월 28일) 33개 그룹 총수의 전체 주식평가액은 55조4382억원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올 1분기 그룹 총수 주식재산 흐름은 1월 말에 크게 떨어졌다가 3월 말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올 1월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는 흐름이다.
그룹 총수 간 주식성적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33개 그룹 총수 중 20명은 올 1분기에 주식평가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와 달리 13명은 주식가치가 상승해 미소를 지었다.
■ 1분기 주식재산 10% 상승 6명…세아 이순형 회장, 18%로 가장 많이 증가
1분기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는 세아 이순형 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순형 회장은 세아제강, 세아베스틸,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 4개 주식종목에서 주식을 보유 중이다. 4곳에서 보유한 올해 1월 초 주식평가액은 1113억원으로 계산됐다. 3월 말에는 1314억 원으로 최근 3개월 새 200억원 넘게 주식가치가 높아졌다. 1분기에만 주식가치가 18.1%나 늘었다는 얘기다.
지분가치가 높아진 배경에는 세아제강과 세아제강지주, 세아홀딩스에서 주식 1주당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순형 회장은 세아제강지주에서 올 초 520억원하던 주식재산이 3월 말에는 624억원으로 3개월 새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아제강(212억원→277억원)과 세아홀딩스(358억원→392억원) 두 곳에서도 100억원 가량 주식재산이 많아졌다.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의 주식재산도 1분기에만 17.7% 점프했다. 올해 1월 초 3871억원에서 3월 말 4556억원으로 1분기에만 700억원 가까이 주식가치가 뛰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DB, DB하이텍, DB금융투자, DB손해보험 4곳에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중 DB손해보험 주식가치가 올 초 2272억원에서 3월 말 2941억원으로 670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올 1월 초 4579억원에서 3월 말 5228억원으로 14.2%나 주식평가액이 두둑해졌다. 허 회장은 GS와 GS건설 두 곳에서 주식을 갖고 있는데 두 종목 모두 최근 3개월 새 10% 이상 1주당 주식가치가 올랐다.
이외에도 그룹 총수 중 3명은 올 1분기에 주식재산이 10%를 넘어섰다. 영풍 장형진 회장 13.9%(4049억원→4610억원), 하림 김홍국 회장 12.7%(2243억원→2527억원), KCC 정몽진 회장 10.7%(5376억원→5950억원) 순으로 주식재산 증가율이 10% 이상 전진했다.
■ HDC 정몽규, 28% 수준 ↓…삼성전자 이재용‧셀트리온 서정진, 조 단위 증발
33개 그룹 총수 중 7명은 올 1분기에만 10% 넘게 주식가치가 떨어졌다. 불명예 1위는 HDC 정몽규 회장에게 돌아갔다. 정 회장은 지주회사인 HDC 지분을 비롯해 HDC랩스에서도 주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 정 회장은 비상장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 지분을 100% 갖고 있는데 앞서 회사를 통해 HDC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정몽규 회장은 올 초 주식가치는 2838억원이었는데 3월 말에는 2023억원으로 최근 3개월 새 814억원 이상 주식평가액이 떨어졌다. 올 1분기 주식평가액 하락률만 해도 28.7%로 30%에 거의 근접했다.
이외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17.8%↓(1월 초 2882억원→3월 말 2369억원),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 15.9%↓(10조1864억원→8조5667억원), 두산 박정원 회장 14%↓(1601억원→1377억원), 코오롱 이웅열 전 회장 14%↓(3068억원→2640억원), 넷마블 방준혁 의장 12.5%↓(2조6430억원→2조3113억원), 효성 조현준 회장 11.3%↓(1조1521억원→1조217억원) 등으로 주식가치가 1분기 새 10% 이상 증발했다.
올해 1월 초 대비 3월 말 기준 1조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하락한 그룹 총수도 2명 있었다. 이 중에서도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은 최근 3개월 새 1조6196억원이나 되는 주식재산이 감소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같은 기간 1조847억원 상당으로 1조원 넘는 주식재산이 줄었다.
1000억 원 이상 주식가치가 하락한 총수도 7명으로 조사됐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8615억원↓),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3457억원↓), 넷마블 방준혁 의장(3316억원↓), 네이버 이해진 GIO(2176억원↓), SK 최태원 회장(1739억원↓), 효성 조현준 회장(1304억원↓), LG 구광모 회장(1154억원↓) 등이 포함됐다.
■ 3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 가입한 총수 12명…10명은 주식재산 감소
3월 말 기준 조사 대상 33개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12명이 입성했다. 1위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13조1018억원)이 차지했다. 톱 3에는 각각 2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11조3653억원), 3위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8조5667억원)이 꿰찼다. 이 중 셀트리온 서 명예회장은 최근 3개월 새 주식재산 10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4~6위권에는 각각 4위 현대차 정의선 회장(3조3204억원), 5위 SK 최태원 회장(3조1423억원), 6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3조13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7~8위는 주식재산 2조원대였다. 7위 넷마블 방준혁 의장(2조3113억원), 8위 네이버 이해진 GIO(2조871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톱 10에는 각각 9위 LG 구광모 회장(1조9173억원), 10위 현대중공업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1304억원)이 포함됐다. 이외 1조 클럽에는 CJ 이재현 회장(1조1171억원), 효성 조현준 회장(1조217억원)도 속했다.
이번 조사에서 33개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 주식종목은 105개 정도였다. 이중 45곳은 1분기에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섰고 60곳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오른 종목 중에서도 올해 1월 3일 대비 3월 31일 기준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한 곳은 롯데칠성음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주식종목은 올 초만 하더라도 13만1000원이던 주가가 3월 말에는 18만2000원으로 1분기 주가상승률은 38.9%로 총수 주식종목 중 가장 높았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롯데칠성음료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 바람을 탔다.
세아제강 주식종목도 같은 기간 9만59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30.3%나 크게 올랐다. 20% 이상 주가가 뛴 곳은 3곳 있었다. DB손해보험 29.4%(5만4000원→6만9900원), CJ프레시웨이 21.8%(2만9400원→3만5800원), 세아제강지주 20%(10만원→12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작년 1분기의 경우 그룹 총수 중 75% 이상이 주식재산이 증가한 반면 올해는 거꾸로 60% 정도가 하락세를 보인 곳이 많아 최근 1년 새 주식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여전히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여러 난관을 뚫고 경제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바꿀만한 전환점의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