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KT는 소피텔 엠버서더 서울 호텔에서 ‘KT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KT?구현모 대표가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DIGICO)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정통 KT맨’ 구현모 대표이사가 KT를 단순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플랫폼 ‘디지코(DIGICO)’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 K-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현대자동차그룹·신한금융지주와 지분 맞교환 등 KT는 콘텐츠·금융·클라우드·모빌리티 등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KT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연결 기준 12조5899억원, 1조858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0년 상반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구 대표가 KT의 디지코 전환을 완료하고, '지주형 회사' 전환을 완수하기 위해 연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외풍이다.
■ ‘K-콘텐츠’는 ‘KT 콘텐츠’ 성공 방정식…‘우영우’ 콘텐츠 이끌어
20일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디지코 KT 미디어 밸류체인’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KT스튜디오지니 설립과 국내 1위 독서플랫폼 ‘밀리의 서재’ 인수에 이어 올해 기존 스카이TV를 ENA로 리브랜딩하며 미디어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있다.
KT의 디지코는 ‘K-콘텐츠’는 ‘KT 콘텐츠’라는 성공 방정식을 만들고 있다. 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는 볼거리가 없어 이용자가 줄었다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에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6월 올해 이용자수 최저치인 1117만명을 기록했다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공개 이후 증가해 8월에는 1213만명으로 반등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탄생을 이끈 곳은 KT스튜디오지니다. 이는 지난해 KT 디지코 전환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이를 통해 KT의 신규 방송채널 ENA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외에도 SBS플러스와 합작품 ‘나는 SOLO(나는 솔로)’, 동아미디어그룹 채널A와 합작 ‘강철부대’에 이어 ‘구필수는없다’ ‘신병’ 등 다양한 히트작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쿠팡플레이, 넷플릭스 등 국내외 OTT에서 유통되며 인기다.
최근 KT의 미디어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라이프TV 등은 이들 드라마와 예능을 소재로 한 ‘KT 콘텐츠로드’ 광고도 새로 선보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인공 박은빈이 광고에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해당 유튜브 조회수는 300만회가 넘었다.
구 대표는 KT의 OTT ‘시즌’과 CJ ENM의 ‘티빙’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그는 KT스튜디오지니가 이 합병 법인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로 올라서도록 힘을 실어줬다.
KT스튜디오지니와 스카이라이프TV는 ‘KT 콘텐츠로드’ 광고를 통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인공 박은빈을 광고에 출연시켜 관심을 모았다. (사진=KT)
■ KT, 현대차그룹·신한 자사주 지분 교환…미래 모빌리티·AI·NFT 등 협력
구 대표의 디지코 전환 노력은 모빌리티·금융·클라우드 분야 발전을 위한 지분 교환과 투자 등으로 이어졌다. KT는 현대차그룹·신한금융지주와 자사주 맞교환을 추진해 사업 역량과 지배구조 강화에 나섰다.
KT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차그룹과의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에 대한 실행력과 연속성을 위해 지분 교환 안건을 승인했다. KT와 현대차그룹은 KT 자사주 약 7500억원(7.7%)을 현대차 약 4456억원(1.04%), 현대모비스 약 3003억원(1.46%) 규모의 자사주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취득했다.
KT와 현대차그룹의 지분교환은 구 대표의 경영 철학이 녹아있다. 그는 지난 2020년 10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분 맞교환에 대해 “전략적으로 핏(Fit)이 맞으면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는 정부 주도의 한국형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관련 오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도 협력한다.
앞서 KT는 금융기업 신한금융지주와도 지분을 맞교환했다. KT는 신한지주 지분 4375억원 규모(약 2.08%)를 취득했다. 신한은행,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신한금융투자 등도 같은 금액의 KT 지분 5.46%를 받았다. 이들 회사는 인공지능(AI)·메타버스·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빅데이터·로봇 등 23개 영역을 공동사업으로 추진한다.
구 대표의 전략은 각 분야 주요 사업자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KT의 디지코를 지원할 주요 주주를 확보한 셈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안정 효과도 얻었다. KT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 10.87%, 현대차그룹 7.79%(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 신한은행 5.58%로 바뀐다.
구 대표는 클라우드 분야도 강화했다. 지난 2월 KT는 국내 최대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 메가존 클라우드에 13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클라우드 사업을 분할하고 독립법인 ‘KT클라우드’를 탄생시켰다.
KT 미디어 밸류체인 광고 모습 (사진=KT)
■ 지주형 회사 전환 추진…연임 못하면 지배구조 ‘원점’
구 대표는 이처럼 KT의 주요 계열사를 재편해 강화하고 있다. 구 대표는 올해 정기주총에서 KT를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지주회사처럼 통신·콘텐츠·금융·AI·디지털전환·클라우드 등의 자회사 형태를 갖추는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KT는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금융사인 케이뱅크와 BC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지주사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주요 계열사별로 묶어 단순화해 ‘지주형 회사’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과거 1981년 12월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로 창립한 후, 2002년 3월 민영화하면서 KT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통신사라는 한계로 주식 시장에서도 괄목할만한 상승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구 대표 선임 후 미디어콘텐츠와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통신사업을 분리하고 미디어·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핵심사업 위주로 분리하는 형태의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면 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구 대표의 연임 여부가 지주형 회사 전환 완성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내년 3월이 임기 만료다. 현재 오너가 없는 KT의 특성상 구 대표가 임기가 종료되면 다른 후임이 이를 어떻게 바꿀지 몰라 지배구조 개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특히 구 대표는 지난 1987년에 KT에 입사한 35년 '정통 KT맨'으로서 가시적인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구 대표가 KT 대표로 취임한 시기인 2020년 3월30일 KT의 주식은 1만9700원대였다. 이달 중 가장 많이 오른 때인 지난 8일에는 종가 3만7450원을 기록했다.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이 매출·영업이익에 이어 주가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1월을 전후해 구 대표의 연임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 대표는 KT를 디지코라는 디지털플랫폼 회사로 발전시키려고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와의 마찰, 정치계의 외풍 등은 해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