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해 연구소를 살펴보며 현장 경영에 나섰다. (사진=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독립 법률 감독 및 자문기구인 삼성준법위원회 위원들을 12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재판부가 필요성을 강조한 독립기구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에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자문을 받아 ‘뉴삼성’ 선언과 컨트롤타워 부활, 회장 승진을 추진하는 데 발판을 삼을 것이라는 재계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이 낮고, 지배구조도 승계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 이 부회장, 준법위 만남 필요한 상황
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경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2기 준법위 정기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이 이번 준법위에 참석하면 지난해 1월 1기 준법위 위원들과 만난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 2기 준법위원들과 만난다면 위원들과 첫 만남인 만큼 원론적인 수준에서 준법경영 의지를 다지는 수준으로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일반 안건으로 50억원 이상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준법위 사전 승인 절차 등이 올라가고 지배구조 개편 등의 특수 안건은 이날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준법위 참석 여부는 확정된 게 없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법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자문에 있어서 중요한 만큼 이 부회장의 참석 가능성은 높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수감돼 재판을 받을 당시 재판부는 준법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도 당시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준법위는 계속 운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해 준법 경영의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준법위 자문을 고려치 않은 지배구조 개편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20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당시 재판부는 준법위의 실효성을 지적받은 바 있다. 이에 당시 대표이사들은 준법위와 간담회를 진행하며 진화에 나섰다.
준법위도 경영진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자문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경영진과의 만남을 정례화하면 독립된 외부 기구로서 삼성의 준법 경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이 부회장, 지배구조 개편해 회장 승진 나설지 주목…준법위, 위법요소 감시
이 부회장은 준법위 면담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바탕으로 ‘컨트롤타워 부활’, ‘회장 승진’ 등의 그룹 의사 결정 강화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8월 광복절특사 복권 이후 이 부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의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들과 식사도 하는 등 스킨십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앞두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봤다.
이에 준법위의 자문을 받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준법성을 인정받고, 11월 초 전후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과 그룹 차원의 ‘신경영’ 선포를 할 것이라는 재계의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을 보좌할 컨트롤타워도 부활할지도 주목된다.
지배구조 개편 없이는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질 상황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현재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형태로 돼있다. 하지만 국회에선 보험계열사의 주식 보유를 총 자산의 3%로 제한하는 보험입법(삼성생명법) 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이 부회장에겐 삼성의 지배력 약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약 20조원을 처분해야 하고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약화된다.
지배구조 개편은 이번 삼성 준법위의 과제이기도 하다. 준법위는 3대 중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을 잡았다. 연초 준법위 이 원장도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복권 후 지배구조 개편을 할 때 위법 사항은 없는지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 부회장과 준법위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무거운 얘기보다는 앞으로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면서 준법을 잘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수준에서 대화가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도 경영 승계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 소장은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지배구조를 개편해도 4세 경영을 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