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선보인 양념육 상품 '제로슈가 소불고기'. (사진=롯데마트)
‘제로 슈거’ 식품이 간식을 넘어 밥상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최근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슈거’ 양념육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기존 당류가 많이 함유됐던 양념갈비와 불고기 등에서 혈당과 열량 부담을 낮춘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죠. 식품업계는 이 같은 저당 트렌드 확산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대체당 알룰로스를 활용한 장류와 간장, 찌개 양념 등을 선보였고, 오뚜기도 케챂, 잼, 드레싱 등 다양한 저당 제품을 통합한 ‘라이트앤조이’ 브랜드를 론칭했죠.
식품에 함유된 각종 영양성분을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에게 저당 제품 확대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특히 다양한 대체감미료는 단맛을 열량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죠. 탄산음료에서부터 과자와 아이스크림, 카페 제조음료, 다양한 소스류 등까지 대체감미료 사용이 확대되면서 식단 관리에서 오는 고통은 크게 줄었습니다. 다만 그만큼 소비자가 섭취하는 대체감미료 종류와 양도 늘어나게 됐죠. 식품 뒷면에 표기된 영양성분표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이런 대체감미료가 얼마나 함유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대체감미료 유해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죠. 아스파탐은 한때 ‘발암물질’로 지정되면서 논란이 커졌고, 에리스리톨은 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등은 대체감미료를 1일 섭취허용량 내에서 섭취하면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제라면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정확한 대체감미료 섭취량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허용량 이내라면 안전?"…'깜깜이' 표기에 섭취량 계산 못해
'펩시 제로 슈거' 제품에 표기된 원재료명 및 영양정보. 현행 '식품등의 표시기준'에서는 감미료 사용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식약처는 지난해 7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고시하면서 ‘무당’·‘무가당’ 등을 강조하는 식품은 감미료 함유 여부와 열량을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대체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슈거’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덜 달거나 열량까지 낮은 것으로 혼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죠. 이에 따라 각종 ‘제로 슈거’ 제품 원재료명 목록에는 제품에 사용된 대체감미료가 표시되면서 섭취 여부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체감미료의 구체적인 함유량은 의무 표기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입니다. 대체감미료가 당류나 나트륨 등과 달리 소비자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죠.
식약처가 제시한 1일섭취허용량은 사람이 평생 섭취해도 해로운 영향이 관찰되지 않는 1인당 1일 섭취량을 의미합니다. 앞서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던 아스파탐의 경우 1일 섭취허용량을 체중 1kg당 40mg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60kg 성인이라면 하루에 2400mg까지는 섭취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식약처는 60kg 성인이 아스파탐 1일 섭취허용량에 도달하려면 250ml 탄산음료의 경우 55캔, 750ml 탁주의 경우 33병을 섭취해야 해 일상적 수준에서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대체감미료 1일 섭취허용량이 한계치에 도달할 때까지 마음껏 섭취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면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대체 감미료를 과량 섭취했을 때 급성 독성 증상, 장기 섭취했을 때 만성 독성 증상이 생길 수 있고 대체감미료마다 부작용도 다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죠.
대체감미료가 다양한 식품에 널리 사용되면서 소비자가 대체감미료 1일 섭취허용량을 가늠하기는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제로 슈거 불고기’나 ‘제로 슈거 케첩’ 등은 대체감미료 함유량을 역산할 수 있는 1일 섭취허용량 기준치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죠. 대체감미료가 함유된 여러 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라면, 현실적으로 대체감미료 섭취량이 허용량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지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기업들에게 자발적인 정보 공개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각 식품의 구체적인 대체감미료 함유량은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제로 슈거’ 제품의 경우 설탕을 감미료로 대체하면서도 기존 제품과 유사한 맛을 내는 것이 핵심 기술력으로 꼽힙니다. 식품업체들은 다양한 대체감미료를 조합하고 양을 조절하면서 맛과 식감을 미세하게 조율하는 데 연구개발 역량을 투입하고 있죠. 식품업체들은 어떤 대체감미료를 사용했는지에 더해 얼마나 사용했는지까지 표시한다면 사실상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체감미료 사용량은 ’제로 슈거’ 제품 핵심 레시피로 이를 공개하기는 곤란하다”며 “대체감미료 과다 섭취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이해하지만 식약처에서도 대체감미료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규정한 만큼, 법적인 의무가 없다면 어느 업체라도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