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에서 사모자산운용사, 그리고 공모시장 진출까지. 자본시장에서 가장 모범적이면서도 꾸준한 성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이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좁아진 간접투자 시장에서 펀드매니저로 뛰며 창립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는 투자 스타일로 가치투자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은 지난해 185%라는 폭발적 수익률을 기록하며 또 한번의 성장을 거뒀다.
주식시장 분위기가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게 무거워진 요즘이지만 여전히 기업들을 탐방하며 직접 발로 뛰는 김민국 대표의 일상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시장은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늘 기회가 있다”는 김 대표를 찾아 투자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 "과매도 시장, 지나고 보면 기회일 것"
19일 기자와 만난 김민국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시장에서 제일 주가가 싸다고 느꼈던 네 번의 시기(1997년 IMF, 2008년 리먼사태, 2020년 코로나 쇼크) 중 하나가 지금”이라고 평했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상위 10개 기업 중 8개가 주가수익비율(PER) 2배 수준인 상황입니다. 기업매각이나 특별 이익 반영 등의 변수가 아니라면 PER 2배인 회사는 정상적으로는 나오기 힘든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 중에 배당수익률이 80~90%인 회사도 많고 부동산까지 합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도 겨우 0.1~0.2배인 거죠.”
특히 김 대표가 지금의 시장에 대해 ‘위기’보다 ‘기회’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현재 시장이 향후 경기위축과 이에 따른 불안감으로 지난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9.11사태가 겹치면서 증시가 폭락했던 수준까지 빠져있지만 기업들의 체력은 우려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4분기 실적, 그리고 그 이후 실적이 더 안좋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시장이 눌리고 있지만 현재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부도가 발생할 기업은 단 하나도 없을 겁니다. 대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대부분 100% 미만이고 현금 보유량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주식시장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다보니 과매도된 상태인데 시장의 등락은 전년대비 실적 때문이 아니라 컨센서스에 부합했느냐 여부임을 감안한다면 지금 현저히 낮아진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들이 확인되면 주가는 오히려 나아질 것 같습니다.”
당장 최근 미국 증시에서 반등을 보인 이유 중 하나가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주들이 실적을 통해 우려 대비 선전하면서 시작됐다는 것 역시 같은 흐름에서의 반응이란 것이다.
두번째로 김 대표는 고물가 시대의 특성으로 기존업체들의 진입장벽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꼽았다.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들의 새로운 생산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다보면 기존업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를 통해 업체들이 버텨낼 수 있는 여지도 더 생깁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로 부실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갔을 때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었는지 여부가 판명나듯이 오히려 상위권에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환율 상승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메리트를 높여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좋은 포인트라고 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현재 환율은 한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너무 매력적인 쇼핑 대상이 됐습니다. 같은 맥도날드 빅맥을 여기서는 3000원, 저쪽에 가면 2000원에 살 수 있다면 자원의 재분배가 일어나게 되는 거거든요.”
최근 명동 등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등장했듯이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강달러로 인해 기업들의 이익 증가와 투자 매력 상승을 기대해도 좋다는 것.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11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며 한국 주식의 ‘바겐 세일’을 즐기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 기업가치 위한 주주행동주의 이끌어
최근 1~2년 사이 국내 자본시장에도 주주 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역시 브이아이피자산운용. 투자시장에 대한 기업의 문화가 아직 미미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업들에게 주주환원정책을 제안하는 것은 높은 장벽에 맨몸을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좋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도 우리의 영역이지만 우호적 행동주의를 통해 보다 주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 이행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가치투자라는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한 측면도 있습니다. 무조건 싼 주식, 10년 전에도 쌌고 지금도 쌌고 언제까지 쌀지 모르는 주식이 아니라 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을 올리는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실리적인 방법이 자사주 소각이라는 명확한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설득하고 설파해가는 것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해요. PER이 낮은 기업, 구조적 성장의 비즈니스를 갖춘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라는 3박자를 갖추게 된다면 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기업들이 경험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것입니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투자가 주는 매력과 보람, 쾌감 자체가 좋다는 김 대표, 그리고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이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꾸준히 시장을 이기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