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3분기 실적에 세타2 엔진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실적 호조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추정치)는 매출 35조9001억원, 영업이익 2조84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아는 같은 기간 컨센서스가 매출 22조4079억원, 영업이익 1조9592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달 초 현대차·기아의 컨센서스는 판매량 증가와 고환율 덕분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는 세타2 엔진 리콜(시정조치) 이슈로 인한 충당금 설정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망치도 낮아졌다.
앞서 지난 18일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약 1조3600억원, 1조5400억원을 3분기 품질비용 충당금으로 설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최소 –8.16%에서 최대 –13.33%로 조정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충당금 설정이 엔진 평생보증 프로그램에 따른 비용 처리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9년 현대차·기아는 세타2 GDI 엔진에서 떨림과 시동 꺼짐 등 결함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한 총 469만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진동감지시스템(KSDS)을 적용하고 엔진 평생보증 프로그램 제공에 합의했다.
이어 현대차·기아는 2018년 3분기 4600억원, 2019년 3분기 9200억원, 2020년 3분기 3조3900억원에도 충당금을 반영했다. 세타 엔진 관련 누적 충당금은 현대차가 약 10조원, 기아가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년여 만에 충당금을 설정한 것.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중고차 사용 연한이 늘어났다”며 “세타2 엔진을 사용한 쏘나타, K5, 싼타페, 투싼, 스포티지 등의 폐차율이 낮아졌고 엔진 교환율이 상승하면서 관련 충당금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연결기준 실적과 컨센서스 (단위: 억원) (자료=현대차, 증권사 컨센서스)
충당금은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품질보증에 따른 평생보증을 약속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세타2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 운행되는 동안 비용 지출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고환율로 인해 차량을 팔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점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판매 호조와 고환율 효과가 올해 내내 이어지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환율이 하락해도 쌓아뒀던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충당금이 반영되기 전 현대차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45% 증가한 35조9248억원,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7.09% 늘어난 3조166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올해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영업이익 3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품질비용을 차감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감소했다”면서 “다만 3분기 실적이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고 양호하면 주가는 충당금보다 실적에 더 초점을 맞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0년 충당금 적립 때도 품질비용 발생을 발표하고 일주일간 주가가 하락했지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고도 호실적이 나온 뒤로는 주가가 회복하는 모습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세타2 엔진 관련 리콜 비용을 빼고도 추세적인 이익률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만큼 현대차·기아의 체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