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1년 11월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MS 본사에서 만난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주 방한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페터르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거물급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이들과 첫 만남인 만큼 반도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미래 사업 관련 협력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이 회장을 비롯해 5대그룹 총수와 만나 네옴시티 구축 협력을 놓고 얘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 이 회장, 나델라 MS CEO와 돈독해…AI·IoT·메타버스 협력 논의 전망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15일 ‘MS 이그나이트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MS 개발자 행사에 참석차 방한하는 나델라 MS CEO와 회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과 나델라 CEO와의 친분은 수차례 만나 사업 이야기를 했을 만큼 돈독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MS 본사를 방문해 나델라 CEO와 만났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나델라 CEO가 한국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AI 등 미래 사업 관련 양사의 전략을 공유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만남인 만큼 그간 사업 얘기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은 AI와 메타버스,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협력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창립기념일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AI, 사물인터넷(IoT), 메타버스, 로봇 등에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자”고 신사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가운데)와 만남을 갖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반도체 노광 장비 1위 ASML 베닝크 CEO, 기공식 참석차 방한
이 회장은 반도체 노광 장비 분야 세계 1위 기업 ASML CEO와도 만날 것으로 점쳐진다. 베닝크 ASML CEO는 오는 16일 ASML의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기공식에 참석차 방한한다.
반도체 노광 장비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 미세공정을 가능케 하는 핵심 장비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에서 나노미터 단위의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선 이 장비가 필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대당 5000억원에 이르는 ASML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발주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인텔·TSMC 등과 경쟁한다. ASML은 EUV 노광장비 생산량을 연간 40대 내외로 한정하고 있어, 반도체 업계는 조기에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ASML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내 도시지원시설 1만6000㎡ 부지에 유지보수를 위한 재제조 센터와 첨단 노광장비 트레이팅센터 등을 건립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장비 보수가 국내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이 회장은 베닝크 ASML CEO와 유럽 출장길에서 만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번에도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2019년 6월26일 방한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 빈살만, 17일 방한…네옴시티 관련 5대그룹 만날 가능성
오는 17일 방한하는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이 회장의 만남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이 회장은 빈살만 왕세자를 삼성전자 승지원에 초대해 5대그룹 CEO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사우디는 경제개발 계획으로 710조원 규모의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약 2만6500㎢ 부지에 사우디에서부터 이집트를 거쳐 요르단까지 이르는 미래형 산업 및 주거, 관광특구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양측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향후 5세대 이동통신(5G),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삼성 외에도 현대차와는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과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과도 만날 수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하면 서울 롯데호텔에서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롯데정밀화학과 사빅과 2만5000t 규모 청정 암모니아 수입 계약도 맺은 바 있다.
삼성은 과거 대규모 계약 체결이나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이에 이번 이 회장의 거물급 인사들의 연쇄 회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업 기회를 확장할 수 있어서다.
또한 이 회장은 매주 목요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장기 출장이 쉽지 않다. 이에 이번 글로벌 인사들의 방한은 만남의 기회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올해 공식 취임하면서 경영 포복을 넓히고 있다”며 “이번 글로벌 인사들과 회동이 성사되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서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