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 AI'가 세상을 뒤집었다. 이들이 제작한 언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는 한 달 간 전세계 1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해외 최대 IT 기업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챗GPT의 성과에 놀라며 대화형 AI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뷰어스가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등 게임업계를 비롯한 국내 IT 업계의 AI 기술 활용 비책을 알아봤다. -편집자주-
(사진=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지난 9일 엔씨소프트의 4분기 및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AI 기술 활용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달 '챗GPT' 열풍 이후 생성형 AI가 게임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AI 기술을) 더 확장한다면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로까지 발전해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활용하는 게 목표"라며 "결국 내부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디지털 휴먼 사업까지 연결되는 걸 목표로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홍 CFO가 언급한 인터랙티브 게임은 해외 콘솔 게임 중심으로 흥행성을 입증한 장르다. 엔씨소프트도 '프로젝트M'의 예고편을 지난해 공개하면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터랙티브 게임은 이용자의 조작과 선택에 의해 게임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바뀌는 게임 장르다. 이에 따라 같은 게임을 여러번 플레이 할 수 있는 이른바 'N 회차' 플레이가 가능하다. 기존까지는 정해진 선택지 내에서 이용자의 순간 순간 선택에 따라 게임 전개가 달라지지만 생성형 AI 도입시 전개 가짓수는 무한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게임의 수명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함께 디지털 휴먼 사업 전개에도 나섰다. 단순한 게임 내에서 활용을 넘어선 신사업 개척을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4월 이제희 서울대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최고 연구책임자(CRO)로 영입하고 애니메이션 및 AI 연구개발(R&D) 조직을 맡겼다.
이 같은 엔씨소프트의 AI 기술 연구 매진은 업계 리딩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 중견게임사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AI 사업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보여왔으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에도 관련 내용으로 회사 헤드급 관계자들이 자주 참석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엔씨소프튼 아직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단계로 실제 활용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우선 게임 제작과 게임 콘텐츠 활용이 목표이며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휴먼까지 연계하는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며 "당장은 이와 관련한 상용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넷마블도 지난 2014년부터 게임 이용자들의 플레이 만족도와 게임 개발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다양한 AI(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해왔다.
넷마블의 AI 기술 연구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과 함께 노는 지능적인 AI'를 만드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AI가 이용자 플레이 수준과 패턴을 분석해 적절한 난이도의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게임 플레이 도중 끊임없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대전 스킬을 발휘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넷마블은 크게 AI 기술 활요에서 '마젤란 프로젝트'와 '콜럼버스 프로젝트' 두 가지를 추진 중이다.
마젤란 프로젝트는 강화 학습 기반 게임 플레이 봇 개발과 AI 기반 음성 명령 기술, 기계 번역 기술 등을 포함한다. 지능형 게임 제작을 위한 발판이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글로벌 이용자 데이터를 다양하게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게임 수명을 늘리는 데 일조한다. 이를 위해 게임 로그를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하는 게임 이상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 이용자 성향이나 패턴 정보를 분석하는 프로필 서비스 시스템과 광고 사기 탐지 및 마케팅 최적화도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넷마블은 음성 기반 안면 애니메이션 생성기술 및 AI 번역 후보정 기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딥러닝 기반 모바일 음성 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권위 AI 컨퍼런스인 ‘NeurIPS 2020'에서 공개하는 성과도 있었다.
넥슨은 2017년 설립한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생성형 AI 연구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게임 내 'AI NPC 서비스'와 'AI 음성 생성 서비스'가 중심이다. NPC나 보스 등 주요 캐릭터에 AI 페르소나를 도입한다는 게 목표다. 게임 속 세계관에서 이용자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개발한다는 게 넥슨의 목표다. 이외에도 AI 음성합성기술로 고유의 음성을 부여해 게임 몰입도를 향상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유저들에게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으로 목표로 AI 생성 모델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AI NPC 서비스 등 생성 AI 모델로 같은 게임이더라도 유저마다 취향과 성향에 맞게 개인화된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 역삼 오피스.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은 AI 기술 활용해서 NPC를 넘어 함께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친구'까지 만들어 낸다는 목표로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게임 내 이용자와 의사소통 혹은 NPC와 대화 등을 넘어서 고전적인 게임 플레이 공식의 틀을 깨겠다는 게 크래프톤의 계획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8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딥러닝본부에서 게임 제작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AI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게임성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AI 활용으로 예를 든 것은 '스쿼드(4인) 플레이'다. AI가 다인 협동 게임에서 진짜 사람과 같은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에서 스쿼드 플레이를 진행한다면 3명의 실제 사람과 하나의 AI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게임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견 게임사도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2020년 AI센터 발족 이후 딥러닝 기술에 기반해 대화가 가능한 '휴릭'을 선보였다. 또 서울대 연구진과의 협업으로 제각기 다른 성격과 장기 기억을 가진 대화형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셋 ‘오펠라’를 개발하기도 했다. 버튜버를 활용한 인터넷 방송에도 나서고 있는 스마일게이트는 향후 AI만으로도 방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빛소프트는 ▲음성인식·음성합성·음성챗봇·자언어이해 솔루션 ▲AI 음성 아바타 생성 솔루션 ▲영상 속 객체 검출·동작 분석·문자 인식 솔루션 등의 인공지능 기술 보유를 기반으로 지난 1일 '인공지능 바우처사업' 공급기업으로 등록됐다.
한빛소프트는 오랜 기간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누적된 수많은 경험과 자산을 토대로 AI 솔루션 수요 기업들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펄어비스도 AI 활용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생성형 AI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면서 자체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에 AI 기술을 접목해 개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다만 펄어비스는 초거대 AI 훈련과 개발 과정보다는 게임 내 활용법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내 대형 콘텐츠인 '공성전'을 글로벌 이용자 간 경쟁까지 선보이고 있는 만큼 AI 활용도 이에 대한 맞춤형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생성형 AI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를 초거대 AI 훈련과 개발에 집중하기 보다는 게임 내 유저 간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