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캠퍼스 조감도(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에서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빅파마들의 K-Bio 허브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18만리터 규모 생산공장인 5공장이 지난 4월 가동에 들어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리터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한 가운데 2032년까지 동일한 생산규모의 공장 3개를 추가 건설해 총 132만4000리터 규모의 '초격차'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하락의 경영환경에서도 매년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 관련 신기록을 기록해왔다. 2022년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 연매출 3조원 돌파에 이어 2023년에는 마찬가지로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성장해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4조2484억원, 영업이익 1조6911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수주 역시 고객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럽 소재 제약사와 약 2759억원(2억15만달러) 규모의 위탁생산(CMO)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으로 올해 공시기준 체결한 신규 및 증액 계약은 총 8건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1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대 계약을 시작으로 9월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1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는 등 글로벌 주요 고객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연이어 확보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올해 누적 수주 금액은 5조5193억원을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전년도 연간 수주 금액(5조4035억원)을 넘어섰다. 가장 큰 동력은 4공장의 조기 램프업(생산능력 확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10월부터 가동한 4공장이 빠르게 램프업 하고 있고 5공장이 4월 가동을 시작한 상황에서 수주 확대는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은 특성상 설비 유지·관리비 등 고정비 비중이 큰데 대규모 생산역량 확충 이후 가동률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가 수익성 개선과 투자비 회수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인적분할을 계기로 수주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부 고객사가 제기해 온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고 순수 CDMO로 거듭남으로써 글로벌 톱티어 CDMO로의 도약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철저한 방화벽(firewall)을 운영하는 등 엄격히 사업을 분리해 영위해왔음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고객사와 경쟁하는 데 따른 우려를 받아왔다. 이번 분할을 통해 해당 우려를 완전히 극복하는 한편CDMO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쏟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 확대 대응을 위해서는 생산설비 확충이 필수적이다.

5공장 완공으로 총 78만4000리터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8공장을 완공해 총 132만 4000리터 생산능력을 확보해 글로벌 바이오 허브 입지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6공장 완공시기를 2027년으로 언급한 바 있다. 6공장 증설을 위한 인허가는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사회 결의만 거치면 즉시 착공이 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6공장 역시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과 동일한 규모와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5공장부터 적용된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생산 자동화, 자율주행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것은 물론 쿠키를 빠르게 찍어내듯 동일한 디자인과 구조로 공장을 짓는 ‘쿠키컷 공법’도 그대로 활용된다. 해당 공법으로 5공장은 4공장 대비 건설 기간을 1년 단축해 24개월만에 완공했다. 6공장 또한 착공될 경우 이와 비슷하거나 빠르게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CDO(위탁개발) 사업 진출 이후 2025년 3분기까지 누적 154건의 CDO 계약을 체결하며 밸류체인을 성공적으로 확대 중이다. 또한 CDO 역량 강화 및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자체 세포주 및 플랫폼을 개발했다.

2020년 자체 세포주 플랫폼 에스-초이스(S-CHOice)를 시작으로 2024년 출시한 고농도 바이오의약품 개발 지원 플랫폼 에스-텐시파이(S-Tensify), 고농도 제형 개발 플랫폼 에스-하이콘(S-HiCon) 등까지 총 9개의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들 플랫폼은 후기 발굴 단계부터 배양·정제 등 생산과정과 제형 개발까지 의약품 개발 여정의 중요 지점마다 적재적소에서 고객사의 신약 개발을 돕고 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에는 삼성 오가노이드(Samsung Organoids) 서비스를 론칭하며 CDO와 CMO를 넘어 초기 발굴 단계인 임상시험수탁(CRO)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전략도 내놨다. 의약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력을 시작함으로써 '조기 록인(lock-in)' 효과를 거둔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속적인 수주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능력 확대, 포트폴리오 확대, 글로벌 거점 확대 등 '3대 축 확장' 전략을 토대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