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조선’. 사진은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정기선 회장
■ 3세 경영 본격화…조직 정비·부회장단 부활
재계 8위 그룹인 HD현대가 올해 대기업 정기 인사의 스타트를 끊었다. 예년보다 한 달 여 빠른 인사를 통해 HD현대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회장 시대를 열였다. 경기침체, 미국 관세, 노란봉투법 등 국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다른 대기업들도 HD현대와 마찬가지로 인사를 앞당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룹의 3세 경영을 본격화한 HD현대는 17일 회장 인사에 이어 일주일 후 부사장 7명, 전무 20명, 상무 53명 등 총 80명 규모의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2023년 이후 공석이던 부회장단이 2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이다.
■ 조선·기계 부문 투톱 구도 강화
사장단 인사에서 조선과 기계 HD현대의 두 핵심 축을 상징하는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과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회장은 재무통으로 HD현대의 지배구조 개편과 재무안정화 작업을 주도해온 핵심 인물이다. 정 회장의 지분이 6.12%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26.6%)과 격차가 큰 상황에서 재무 전문가인 조영철 부회장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이상균·금석호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기반을 다진다. 이상균 부회장은 1983년 현대중공업 입사 후 생산부문을 거쳐 HD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조선해양사업대표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HD현대중공업 대표로 그룹의 주력인 조선 부문을 총괄하며 상선·특수선 분야에서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HD현대중공업의 2025년 2분기 연결 매출은 4조1471억원, 영업이익은 4715억원(영업이익률 11.4%)으로 전년 대비 개선됐다. 해양 부문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5.3%에서 15%로 상승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SK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을 4986억 원으로 전망하며 “고선가 선박 비중 확대와 특수선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건설기계 통합…HD현대사이트솔루션, 정 회장 대표로 참여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조영철 HD현대 공동대표를 기반으로 송희준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 체계를 구축해 전략과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연말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통합을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이 직접 대표로 참여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건설기계 사업 통합의 구심점이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이 완료되면 지배구조는 ‘HD현대(지주) → HD현대사이트솔루션(중간지주) → HD건설기계(사업회사)’로 단순화된다. 그룹 차원의 효율성 제고와 중복 사업 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분기 매출 2조1400억원(전년 대비 +6.3%), 영업이익 1514억 원(–10.6%)을 기록했다. 글로벌 고금리 영향으로 건설기계 시장이 위축됐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회복세가 예상된다.
■ ‘정기선 체제’ 효율화·사업 구조 전환 동시 추진
HD현대의 이번 인사는 실적 개선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조선·해양 부문의 수익성 회복, 건설기계 부문의 통합 추진 등은 모두 정기선 체제 출범 이후 나타난 구조 변화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조직 효율화와 미래 사업 구조 전환을 동시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조정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