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KAH의 파운데이션 월
경제구조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기도 하고 정부 주도하에 고락을 넘나들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개별로 세분화돼 쪼개져 있습니다. 특히 이 경우 자본금과 인지도가 높은 쪽과 달리 홍보가 절실한 쪽이 많겠지요. 이 때문에 국내 대표 배달앱 중 하나인 ‘배달의 민족’은 골목상권까지 살릴 수 있는 안으로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사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죠.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탄생한 ‘Kids are heroes(아이들이 영웅이다·이하 KAH)’라는 비영리단체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기부와 연결시키는 영특한 전략을 썼습니다. 이 단체의 공동창립자인 그레이브 오넬(Grabe O’Neil)이 고안한 캠페인은 바로 파운데이션 워즈(Donor Walls·재단의 벽)인데요. 국내에서는 그 취지를 반영해 도너(기부자)의 벽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기부자의 벽을 생각해선 안되겠습니다. 기존의 기부자의 벽이 기부를 한 이들을 기리는 벽을 건물 로비나 광장에 떡하니 박아놓는 것과 달리 이 벽은 오직 온라인에서만 세워져 있습니다.
온라인에 이름이 남아봤자 아무 소용 없겠다고요? 재단이 만든 이 벽은 적게는 5달러부터 25달러, 50달러, 많게는 1000달러까지 기부할 수 있는 칸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이 칸을 채우는 이의 얼굴이나 홈페이지 링크가 칸을 채우게 되는 구조입니다. 즉, 운영자가 정해놓은 임의의 가격을 기부한 이들은 그 칸을 자신의 홍보처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 단체는 기부칸에 적힌 금액만큼 기부한 이들에게 답례의 표시로 사진과 함께 개개인의 홈페이지나 사업체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줬습니다. 이에 더해 5만 8000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KAH 계정 SNS에도 기부자에 대한 게시글을 업로드해주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하네요. 그레이브 오넬에 따르면 25달러 벽이 가장 인기 높았다고 합니다. 이용자들이 기부금으로도, 홍보용으로도 가장 부담이 적다 느낀 금액이었던 셈이죠.
KAH라는 단체 자체가 그레이브 오넬의 딸인 메리마가렛 오넬(MaryMargaret O'Neill)이 9살 때 동물을 돕기 위해서 만들었고 이후 사람과 환경을 돕는 단체로 거듭났습니다. 전문 활동가가 아닌 가족이 설립하다보니 아무래도 적극적인 모금활동이나 전략적 활동을 하기에는 힘들었겠죠. 실제 이전까지 온라인에서 모금하는 데 실패한 전적이 많았던 KAH는 이 벽을 세우면서 이메일과 SNS 이외에 직접 마케팅 없이 단 2주만에 600달러 이상의 순수 이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사진=KAH 홈페이지 소개글
아쉽게도 이 캠페인은 2011년에 끝났습니다. 지금 이 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파운데이션 월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바로 기부자의 니즈와 단체의 니즈가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썼다는 데에 성공 포인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알리기를 원합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고 자신이 이끄는 업체가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으면 욕구는 시대를 갈수록 더해갑니다. 요즘 청소년 진로계획을 보면 유튜버, 연예인 등 개인의 성공을 꿈꾸는 이들은 더욱 많지요.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나섭니다. 더욱이 이미 유명하고 고정화돼있는 플랫폼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지요. 이런 니즈가 팽배해 있는 가운데서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자연스레 기부로 이어간 KAH의 ‘벽’은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잘 꿰뚫어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내는 어떨까요. 이미 SNS스타들이 많고, 연예인보다 인플루언서에 더 집중하고 호기심을 보이는 세대가 많은 만큼 이와 같은 형식의 플랫폼은 많이 만들어져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를 직접적 기부로 연결시키는 곳은 없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순수한 마음에서의 기부가 아닌 상업적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시도는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요즘 이들의 사회에서 분명, 의미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