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1988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41개국에서 1억4000만 관객을 모은 메가 히트작은 한국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2001년 한국어 초연에선 24만 명이 관람했고, 2005년 인터내셔널 투어로 오리지널팀이 내한해 19만 명이 관람했다. 2012년에는 25주년 기념 내한공연으로 한국을 찾았고, 네 차례의 공연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만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출연진, 제작진은 이 작품이 전 세계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설득력 있는 이야기,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따라갈 수 있는 음악을 꼽았다. 이 탄탄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배우들과 제작진도 ‘오페라의 유령’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동경하던 매트 레이시는 라울 역으로 작품에 몸을 담으면서 매일을 ‘배움’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는 “어릴 때 이 작품에 대해 처음 알게 됐을 때만해도 함께 몸담을 수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꽤 젊은 층의 낭만적인 주인공, 즉 영로맨틱 캐릭터를 주로 해왔는데, 다소 깊이 있는 라울을 연기하면서 연기의 층을 늘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저에겐 매일이 도전”이라고 부푼 감정을 드러냈다.
이 작품에 누구보다 애정을 보이는 배우는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이었다. “어렸을 때 처음 접한 공연이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그 이후로 크리스틴 역할을 내가 꼭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단 한 번도 노래와 연기 말고는 다른 장래희망을 가진 적이 없다. 결국 이뤄냈고, 내 삶의 모든 것이 됐다. 이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굉장한 특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는 ‘오페라의 유령’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우리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 몸담아본 입장에서, 저에게 배우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준 작품이다. 앞으로 이만큼 강렬한 작품은 만나지 못할 것 같다. 어린 시절 천진난만한 생각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다. 거의 집착에 가까운 꿈을 키워갔고, 그 꿈이 이뤄졌다. 그 어떤 배우도, 작품도 이런 영감을 주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가득 실었다.
사진=에스앤코 제공
작품은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오페라의 유령’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수정 없이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올드’하다거나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구석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얼마나 탄탄한 작품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은 “이 작품을 만들 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얘기했는데 삼삼오오 커피마시면서 담소 나누듯이 순조로운 자리가 아니었다. 마찰도 있었고, 자존심 세우는 일도 있었다. 기능적으로 잘 돌아가는 대화는 아니었다. 다만 다 함께 잘 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은 같았기 때문에 마법이 이뤄질 수 있었다. 특히 두 달 전에 작고하신 오리지널 연출 해럴드 프린스는 분분했던 의견을 붙여 놓는 접착제 역할을 하셨다. 그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오페라의 유령’이 존재한다. 그의 천재성은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012년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오리지널 공연이다. 12월 부산 드림씨어터를 시작으로 2020년 3월 서울 블루스퀘어, 7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한국 관객들과 작품 사이에 러브라인이 형성됐다. 난 그 열정을 존중한다. 그간 다른 작품들과 사랑에 빠지고 바람을 폈던 것을 알고 있다. 다시 원래 연인에게 돌아오듯이 ‘오페라의 유령’에 다시 돌아올 걸로 알고 있다”(라이너 프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