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산업이 매년 급성장하면서 제약업체들이 반려동물 의약품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제약업계가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주로 대형 제약사들 위주였던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중·소형 제약사까지 가세하고 있다.
사람이 먹는 일반의약품(OTC)과 건강기능식품을 반려동물용으로 바꿔 선보인데 이어 당뇨치료제 등 반려동물용 전문의약품(ETC) 임상과 관련 업체에 전략적인 투자까지 추진하고 있다.
제약업체들은 이미 사람이 복용하는 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 결과를 갖고 있다.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1조원 규모가 넘어가고 있는 동물 의약품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동물용 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의 시장 규모는 1조3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오는 2027년이면 지난 2020년(3조4000억원)의 2배 가량 증가한 약 6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라 삼진제약, 삼일제약, 환인제약 등 중소제약사들도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동물의약품 관련 사업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삼진제약은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동물약품, 동물건강기능식품, 동물사료 제조 및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삼일제약과 환인제약도 같은 날 정기 주총에서 각각 ‘동물의약품 개발, 제조 및 도소매업’과 ‘동물의약품 등의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포화 상태인 제약 시장에서 각 업체들은 사업을 다각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람이 복용하는 의약품을 제조할 때 동물 임상은 필수다. 해당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는 동물의약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제약업계, 반려동물 의약품 진출 본격화…건기식 넘어 ETC와 전략적 투자까지
제약업계의 반려동물 의약품 진출은 지난 2021년부터 본격화됐다. 대표 주자는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동국제약, 일동제약 등이다.
유한양행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하는 에스비바이오팜에 70억원, 네오딘바이오벳에 6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지엔티파마와 국내 첫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치료제 ‘제다큐어’를 선보였다. 대웅제약은 같은 해 반려동물 서비스업체 ‘대웅펫’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동국제약도 ‘동물용 의약품 제조, 수입 및 판매업’으로 확대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펫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반려동물용 프로바이오틱스와 관절 건강 영양제 등을 출시했다.
이제는 OTC를 넘어 ETC 영역에서도 반려동물용 연구가 진행 중이며, 반려동물 관련 업체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사람 대상으로 국산 36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당뇨치료제 ‘엔블로’를 바탕으로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두 차례의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는 유효성 및 안전성이 확인된 상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임상으로 당뇨 반려견에서 해당 의약품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모두 확인했다”며 “반려동물 대상 의약품으로 개발해 경구 치료제가 없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핏펫(Fitpet)’에 50억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동화약품은 이번 전략적 투자를 통해 핏펫이 보유한 수십만 건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동물의약품을 연구하고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개발되는 의약품의 사업화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며,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양사는 반려동물 토탈 헬스케어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