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전세사기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빌라 사기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고금리로 인해 역전세난이 일어날 조짐이다. 안전지대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간 200조원 규모로 움직이는 전세 시장이 흔들리면서 서민 주거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1년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동일 단지·면적의 전세 계약(3만 2022건)에도 불구하고 2년 전보다 전세 최고가격이 낮아진 하락 거래가 전체의 62%(1만 9928건)였다.
권역별로 하락거래는 수도권 66%(1만9543건 중 1만2846건), 지방 57%(1만2479건 중 7082건)으로 수도권 비중이 높았다. 시도별로는 ▲대구(87.0%) ▲세종(78.4%) ▲대전(70.8%) ▲인천(70.5%) ▲부산(69.6%) ▲울산(68.2%) ▲경기(66.0%) ▲서울(64.2%) 순이다. 수도권 등 주택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 전세 하락거래가 늘었다.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렸고 낮은 가격으로 신규계약 사례가 많았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세 하락거래가 늘면서 역전세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역전세는 계약 당시 보다 만료 시점에서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역전세로 인해 집주인이 돌려줘야 하는 차액은 온전히 집주인의 부담이다.
신축 아파트도 이 같은 역전세 우려에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2년 전국 연식 구간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5년 이내 -5.85% ▲6~10년 이내 -4.70% ▲10년 초과 -0.40%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자료=부동산R114)
2년 전 대비 올해 전세 하락거래 비중도 5년 이내 신축이 70.9%(4324건 중 3066건)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하락거래 비중이 73.8%(2260건 중 1669건)으로 지방 67.7%(2,064건 대비 1397건)에 비해 높았다. 특히 2021년 가격 급등 이후 아파트 입주 여파로 전셋값 약세가 이어진 인천에서 하락거래 비중이 79%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 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고점이었던 2021년~2022년초까지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 만료시점이 속속 도래하면서 역전세 이슈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며 "대도시나 주거선호도가 높은 신축에서도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 지연에 따른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과 비용 부담 문제가 있어 거래당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전세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규모 빌라 전세 사기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 순수 전세 거래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는 빌라왕과 같은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강서구에서는 1분기 전세 거래 153건 중 94건(61%)이 하락 거래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 사이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전세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다만 전세 제도의 완전 폐지는 단기간에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함영진 빅데이터 랩장은 "국내 전세보증금 거래만 200조원에 달하는 이 같은 시장을 단번에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선순위 저당권이 없다는 걸 전제로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게 지역 평균 낙찰가율 아래에서 임대차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또 "전세사기 피해를 일으키는 악성임대인에 대한 공개, 비정상적인 전세 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