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설탕.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제 설탕 가격이 치솟자 대한제당·삼양사·CJ제일제당 등 국내 제당 3사가 설탕 값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에 따라 관련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제과제빵 관련 기업들은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 설탕을 원료로 하는 식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아직 없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49.4로 지난 1월에 비해 27.9% 증가했다. 설탕 가격지수는 지난 2011년 10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 이와 비교해 산출한 수치다.
설탕 가격 급등은 인도, 유럽연합(EU), 중국, 태국 등 설탕 주요 생산국의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의 강우량 증가로 사탕수수 수확이 지연됐다. 여기에 브라질 헤알화 강세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 제당 3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탕 값 인상…B2C 제외
국내 제당 3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격 인상에 돌입했다. 다만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B2C(기업대소비자간) 제품 가격은 이번에 올리지 않고 식품업체에 공급하는 B2B(기업대기업간) 가격만 조정했다.
대한제당·삼양사·CJ제일제당이 공시한 ‘설탕 원재료 등의 가격변동추이’를 살펴보면, 대한제당의 원당 가격은 지난해 톤(t)당 485달러로 지난 2021년 424달러 대비 14.4% 올랐다.
삼양사, CJ제일제당도 마찬가지다. 삼양사의 원당 가격은 t당 484달러로 지난 2021년 409달러 대비 18.3%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원당 매입 가격은 t당 63만원으로 전년 대비 36.4% 올랐다.
올해 전 세계적인 설탕 가격 인상에 제당 3사는 이달말부터 설탕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식품·제과업체 등 거래처에 통지했다.
제당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B2B 설탕 값은 원료의 가격이 오르면 같이 인상해 왔다.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B2C 관련 제품에 대한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제과제빵업계 “아직까지 인상 계획 없다…상황 예의주시 할 것”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와 뚜레쥬르의 CJ푸드빌 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제과업체인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 빙그레, 크라운해태 등도 "현재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빵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원재료 가운데 하나인 설탕으로 인해 원가 상승의 압박이 심각하지만, 대체 원료를 찾는 등 다각도로 절감 방안을 찾고 있다”며 “현재로선 별도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 부족으로 인해 세계 설탕 가격이 오르고 공급도 불안정한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식품회사마다 대체 원료나 대체 산지를 확보해 원재료 압박을 최대한 감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과업체들은 기존에 구비해 둔 원료를 먼저 소진하기 때문에 설탕 값이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서 “현재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선 논의되고 있는 게 없다. 다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