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배치-3 5,6번함 사업 선정과 6조원이 넘는 KDDX 사업 선정을 앞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HD현대그룹)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최근 함정 전용 조립공장 신축에 투자하거나 차세대 구축함 건조를 시작했다고 강조하며 신경전을 벌이고있다. 울산급 호위함(배치-Ⅲ) 우선협상자 선정을 한 달 앞두고 수주 경쟁에 돌입해서다. 이번 수주전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사장의 리더십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 ‘배치-Ⅲ 5,6번함’ 수주 신경전…한화오션, 시설투자·HD현대重, 이지스함 건조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은 최근 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호위함 건조를 위한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함정 건조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조 라인 전문화를 통한 호위함 적기 전력화를 위해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실내 탑재 공장 신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날 밝혔다.
특히 한화오션은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도 신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건조시설을 통해 울산급 호위함(배치-Ⅲ) 5~6번함 건조를 위한 최적의 건조 시설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배치는 군함의 세대를 말한다. 현재까지 모두 4척의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이 건조 중이거나 건조됐다. 올해 마지막 물량인 5,6번함 수주가 남았고, 지난달 30일 이에 대한 입찰이 진행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이 입찰에 나섰다. 방위사업청은 제안서 접수 후 실사 등을 통해 내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에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수주를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바다의 근본 대전환'을 주제로 HD현대의 비전을 소개했다.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도 이에 질세라 차세대 이지스함 2번함 건조 착수 소식을 전날 알렸다.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광개토-III, 배치-II) 2번함’의 건조에 본격 나섰다고 전날 밝혔다. 이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해상 전력이라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해군은 총 3척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 구축함 3척 모두의 건조를 맡았다. 선도함인 ‘정조대왕함’은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진수식을 가졌다. 2번함은 이날 착공했고, 마지막 3번함은 내년 11월 착공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7600톤급 1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급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또한 3척의 세종대왕급 중 1번함 세종대왕함과 3번함 류성룡함을 건조해 각각 2008년, 2012년 해군에 인도했다.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은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이어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상세 설계와 건조를 독자 기술로 수행해 세계적인 함정 건조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군함 건조 능력을 강조했다.
■ 6조 넘는 KDDX 사업에 영향 끼칠 수 있어
이들 두 기업이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수주를 앞두고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입찰 결과가 내년에 선정될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서다.
KDDX 사업은 총사업비 6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는 최신식 기술이 적용된 ‘미니 이지스함’으로도 불린다. 선체부터 전투체계, 레이더 등 모든 구성품을 국내 기술로 만들 계획이다.
이에 대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맡았다. 이를 바탕으로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아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말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마치면, 내년엔 상세설계와 건조계약 수주전이 예상된다.
보통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건조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진행한 개념설계 결과를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해 감사원에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이 잘못됐다며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앞 오른쪽)이 지난 6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한화오션 전시 현장을 찾아 차세대 구축함 전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 ‘오너 3세’ 김동관 vs 정기선 리더십 대결 평가
배치-Ⅲ 5,6번함 호위함과 KDDX 수주는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그룹 사장의 리더십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들 수주가 성공하면 오는 2030년 세계 방산기업 10위권에 들어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최근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을 방문해 한화오션 직원들을 격려하고 차세대 구축함 전시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정 사장도 미래개척자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차기 총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해양 방산 분야 명가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 그는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자율주행선박을 비롯해 친환경 선박 등을 통해 세계 해양 선박 분야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